도내 들녘 추수 마무리가 한창인 가운데 김제시 농민 김모씨(63세)를 만났다. "올해 농사는 때아닌 가을장마와 태풍이 지나가고 ‘도열병’이 논 곳곳을 휩쓸었어요", "농약도 비에 씻겨 내려가 손쓸 겨를조차 없었고 자식처럼 키운 벼가 빈 쭉정이들만 남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몰아 쉬었다. 이처럼 대부분 농가가 올해 벼 병해충 큰 피해를 입었고 보상은 막막하기만 하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6~8월 총 강우 일수가 45일로 ‘19년 대비 10일 많고, 특히 출수기인 8월 15일 이후 태풍 오마이스 및 가을장마, 야간 저온으로 도열병 확산에 유리한 조건 형성됐다. 

피해면적은 9월 13기준 4만 9303ha으로 올해 벼 재배면적의 11만4509ha 43% 달했다. 병해충 피해는 도열병이 3만376ha로 가장 많았고 세균벼알마름병 1만684ha, 깨씨무늬병 8243ha 등이 뒤를 이었다. 

RPC 벼 재고와 올해 재배면적 증가로 지속 쌀값 하락이 예상되나, 전북도만 병해충 대규모 발생으로 농가 피해는 더욱 극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북 재배 벼 60% 이상을 차지하는 신동진벼 품종의 장기간 재배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5일 전북도는 벼 병해충 대규모 발생 품종 다변화 필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관계기관 및 농가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전북도를 비롯한 농촌진흥청,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도 농업기술원, 농협경제지주 전북본부, 시군(남원시, 김제시), 지역RPC(미곡종합처리장), 지역 농가가 참석했다.

올해 도내 가을장마 등 이상기후로 총 4만9000ha 대규모 병해충 피해가 발생했다. 그 중 도 주력품종인 신동진이 약 84%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한 개 품종을 집중 재배하면 해당 품종이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가 가중된다는 우려와 함께 그에 따른 대책으로 품종을 다변화 해야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상황이다.

전북도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종자공급부터 브랜드 육성까지 품종 다변화를 위한 기관별 역할 분담과 총괄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신원식 전북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벼 병해충 대규모 발생을 계기로 이상기후 대응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농가, 관계기관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확실한 대응책과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는 시군 벼 병해충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해 ‘농업재해’ 지역으로 인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타들어 가는 농심에 지자체, 정치권, 농민단체 등이 일제히 ‘농업재해' 지역 인정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병해충이 농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상기후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원인 분석을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농업재해 인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해지역으로 선포 여부는 이르면 11월 말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돼 타들어가는 전북농심에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지숙기자·jsbaek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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