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과장 임복식

 퇴근 무렵에 나이 지긋한 부부가 방문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방문하는 민원은 근무시간에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다. 부부의 이력을 확인했다. 남편이 2년 전부터 연금을 받고 있고, 배우자는 연금수급 나이가 지났는데도 가입 기간이 부족해서 연금을 납부하고 있다. 앞으로 3년을 납부해야 가입기간이 120개월이 되어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은 매월 받는 연금이 국가가 주는 월급 같아서 행복하다며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 공무원이 되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남편은 농번기에는 농사일을, 농한기에는 건설일용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 일이 빨리 마쳐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배우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남편이라 일일이 데리고 다니면서 일 처리를 한다고 한다. 

 아내는 건강을 위해 남편에게 일을 줄이라고 하고, 남편은 자녀 키우고 농사일로 고생만 했다며 아내에게 국민연금을 꼭 받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다정한 부부 모습이 좋아 보였다.

 배우자의 이력에서 오래전 어느 사업자에서 잠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납부했었는지도 몰랐다. 배우자는 사업장 퇴직 후 재가입 전까지 추납보험료를 납부할 조건이 되었다. 다시 말해 추납을 하게 되면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되었다. 

 국민연금 보험료 중에 추납보험료가 있다. 퇴직이나 사업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었던 기간에 대하여 납부 능력이 있을 때 신청하여 납부함으로써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국민연금 가입이력이 있는 이후의 기간만 추납할 수 있는 조건은 있다. 민원인은 추납시  3년 후 받을 연금을 다음 달부터 받게 된다. 추납보험료는 최대 119개월까지 신청할 수 있다.   추납가능 기간은 90개월이었다. 추납한 후 연금액을 확인하니 남편과 비슷했다. 남편은 바로 가상계좌로 추납보험료로 납부했다. 덕분에 배우자도 11월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하게 되었다. 

 배우자도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했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가 연금을 납부해 준 것처럼 내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졌다. 오늘 퇴근은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공단에서 노후준비 설계업무를 하면서 이처럼 내 설명을 통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요즘 민원을 상담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초기에는 받지도 못할 연금을 왜 가입하게 하느냐고 항의도 많았고, 납부한 금액을 반환해 달라고 억지도 부렸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방문하는 민원인들 대부분 그때는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성실하게 납부할 걸 하고 말씀하신다.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는 방법에는 추납보험료 납부제도 외에도 반납금 납부, 임의가입자 가입, 임의계속가입자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필요한 제도를 잘 활용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본인에게 어떤 방법이 있는지. 어떻게 활용했을 때 노후준비를 잘 할 수 있는지를 꼭 공단에서 상담하시기를 바란다. 오늘 퇴근 시간이 늦어졌지만, 상담한 부부 덕분에 나의 행복지수는 훨씬 높아졌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