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부유세였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부유세 도입 카드를 꺼내 들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며 논쟁을 일으켰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최상위층인 전체 1% 가량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물리자는 주장을 폈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회에 더 많이 기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측은 이 같은 움직임을 사회주의로 규정하고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절대로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어쨌든 결과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였다.

그렇다고 부유세가 순풍에 돛을 단 것은 아니었다. 부유세 도입에 국민 61%가 찬성했음에도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파의 반대가 거세지는 바람에 진전은 없었다.

특히 반대 측 논리는 여론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선 부유세 부과는 재산의 해외도피를 유발하고 나아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그 증거로 한 때 15개국에 달하던 부유세 제도 운용 국가가 지금은 4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징세비용이 많이 드는 등 실효성도 없다는 측면도 제기됐다. 아예 이중과세로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백악관이 최근 억만장자의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기업의 법인세 최저한도를 15%로 하는 새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아직 구체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 부유층 700명을 대상으로 최대 2천500억 달러의 부유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재원은 부족한 사회복지 예산으로 활용된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부유세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다니는 상황이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이름을 날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부유세는 성공을 처벌하는 것으로 일차적 목적이 복수라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더 강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부자들에게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부유세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초고소득세 증세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한사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래저래 부자들로부터 세금 걷는 일은 항상 어렵다. 세금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나 내는 것이라는 통념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