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다원적 종교 상황이다. 기독교나 불교 같은 외래종교는 물론이고 원불교, 천도교, 증산교처럼 자생종교도 다수 있다. 종교 전문가들은 이렇게 종교들이 고루 공존하고 그 어떤 종교도 주도적이지 않은 한국의 종교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종교 간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불교 사이에는 여러 차례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예컨대 템플스테이에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는 것을 놓고 기독교 측에서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울산역 이름에 통도사 병기문제를 놓고도 두 종교 사이에 의견충돌이 벌어졌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갈등 사례가 빈번하다. 

사실 많은 종교들이 평화와 사랑, 자비를 외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난 16일 전주 대성동 치명자산 성지에 천주교 순교자들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목적으로 세계 평화의 전당이 개관했다. 세계평화의 전당은 3만9천여㎡의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다. 여기에는 전시장과 컨벤션홀, 복합문화시설 등이 들어섰다. 이 시설은 앞으로 교육과 연수, 체험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전주에는 또 다른 종교 시설들도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만성동 서고사 주변에는 세계평화명상센터가 조성된다. 불교 명상과 순례의 기능을 한다. 또 개신교 측은 전주예수병원 인근에는 근대역사 기념관을 짓고 있다. 개화기 선교 현장과 근대역사에 관한 자료들이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전주시는 이들 종교시설을 종교인은 물론 시민과 관광객들 위한 대중 문화관광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자는 의도다,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앞으로 대세가 문화관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주시의 기대와 정책 방향은 타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종교간 이해 증진과 화합이다. 이들 시설 건립을 놓고도 종교간 갈등이 있었다. 따라서 전주시가 초점을 맞춰야 할 과제는 종교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관광객 증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종교 시설들이 개관하는 것은 좋은 계기다. 행정과 여러 종교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를 누리고 공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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