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가끔 전주 한옥마을을 지날 때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옛날 교복을 입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중 교복을 입은 중년의 모습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수십년전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교복은 절대적 의상이었다. 전국적으로 거의 비슷했기에 검정 교복만으로도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교복의 역사를 보면 여러 시대상황을 반영하며 변화해 왔다. 1880년대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의 한복교복을 시작으로 근대화 이후 양장교복으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우리 정부가 수립된 후 군부독재 정권인 제5공화국에 들어 교복과 두발 자율화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교복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빈부격차에 의한 위화감 논란과 함께 학교 안팎에서 교복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도 가세했다. 학생들을 통제하고 단속하기에 쉽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86년 2학기부터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복 착용 여부를 결정하면서 다시 부활했다.

교복이 부활되면서 획일화된 교복에서 벗어나 제한적이긴 하지만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교복에 패션 감각이 가미 되면서 디자인이나 기능적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하루 8시간 이상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여전히 교복은 불편한 존재였다. 일반 옷의 재질에 비해 탄력성이 적은 소재임에도 꽉 끼는 바지나, 짧은 치마에 각진 정장 형식으로 제작되다 보니 활동량이 많은 학생들에게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지난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중고교 학생들의 ‘불편한 교복’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교복 체계 개편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적도 있었다. 이에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공론화를 통해 교복을 편안한 옷으로 바꾸는 변화를 주도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반바지 교복을 도입하였고, 춘추복은 후드티로 하복은 반바지와 티셔츠로 하여 계절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또 작년 2월 문체부와 교육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한복 교복 보급’ 사업을 추진해 지난 7월 전국 22개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했다. 우리 지역에서는 남원국악예술고와 고창의 영선중이 대상이 됐다. 이들 학교 교복은 학교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손잡고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어서 자못 기대가 크다.
 
교복착용의 긍정적인 효과는 많다. 자기 학교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갖게 하고, 빈부 격차를 드러나지 않게 하며, 욕망을 절제하게 한다. 기왕에 입어야 할 교복이라면 학생다움이라는 통제 위주의 교복이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더 자유롭게 창의적인 상상을 하며 간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복을 바꿔야 한다.

전라북도 학교생활규정 제24조 ②항에는 ‘학생은 교복 착용 여부, 교복 착용 시기, 치마나 바지 착용 등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학생들이 스스로 교복을 정하고, 편안하게 입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처럼 편안한 교복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학생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현재 교복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활동하기에 불편하다. 활동하기에 편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

시대가 바뀐 만큼 교복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다움이라는 틀에 맞춘 통제 위주의 교복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더 자유롭고 간편한 교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직원과 학부모는 물론, 졸업생들도 뜻을 함께 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 졸업생들의 반대로 수십년전 교복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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