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우선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심이라는 사실부터 다가온다. 그 뒤를 잇는 게 경치 좋은 섬이라는 점이다. 흔히 ‘선유팔경’이라고 부르는 명승지가 널리 회자된다. 10리 길이의 선유도 명사십리를 비롯해, 선유낙조, 망주 폭포, 평사낙안, 장자어화, 월영단풍, 삼도귀범, 무산십이봉 등이다. 모두 보는 이의 찬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요즘엔 힐링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다. 얼마 전 문을 연 신시도 자연휴양림은 말 그대로 ‘핫 플레이스’다. 집라인이나 횟집 등 즐길거리도 많다.

그러나 고군산 군도를 말할 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역사의 향기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엔 수군 군영이 있었다.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은 그의 책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김부식 일행이 자신을 비롯한 송나라 사신을 맞는 광경을 묘사했다. 아름다운 섬 경관을 그린 다음 오령묘나 자복사, 송산 행궁 등 국가시설을 언급 한다. 다시 말해 이곳에서 고관들이 외국 사신을 맞고 왕의 행궁이 존재했다는 이야기다.

또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 이후 고군산군도를 찾아 휴식과 함께 전열을 정비했고 정조대왕은 궁정화가를 보내 이곳 경치를 그리게 한 뒤 이를 보고 “신선들이 노닐만한 곳”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또 섬이 부유한 덕분에 조선조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유배를 왔다. 그 탓에 선비문화가 융성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전북도가 고군산군도에 관광벨트를 조성하기로 하고 2022년까지 18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로 정비는 물론 접안시설 확충, 해양레저 체험센터, 캠핑장 등 관광기반시설을 세운다고 한다. 마을 공동체 소규모 사업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역사 스토리텔링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유서 깊은 섬에 먹고 즐기는 시설만 잔뜩 들어서면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게 안타깝다. 섬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게 고작 안내판 몇 개라고 한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레저시설도 좋다. 그렇지만 유장한 역사를 담은 문화자원이 망각 속으로 묻혀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 관광개발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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