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4월 영국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인 ‘클라이밋 홈 뉴스’는 우리나라로서는 충격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헤드라인은 ‘한국이 2016년 기후 악당을 선도하고 있다’였다. 이 미디어는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 추적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이 인도, 뉴질랜드 등과 함께 기후변화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악당 노릇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으로서는 평판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실제 그런가.

여러 통계 수치나 정부 행태를 보면 사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지수에서 61개국 중 58위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준 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세계 10위 이내에 든다.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1위다. 거기에 한국은 해외 석탄발전 산업에 투자를 늘리며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EU 등 기후위기 대응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위기는 거론하기조차 새삼스럽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는 1.09도 상승했다. 평균 해수면 높이도 불과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0.2m 올랐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 410ppm으로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을 오는 2100년까지 1.5도 내로 묶어야 지구가 온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상황서 우리나라 정부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국회가 온실가스 최소 35% 이상 줄이라는 법안을 통과 시켰고 이에 대통령령으로 그 구체적 수치를 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한 회의에서 최소 40% 감축을 강조했다고 전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이를 토대로 기후 악당이 아닌 ‘그린 리더십 선도국’을 선언할 예정이다.

현 시점서 경제계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설 게 뻔하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다보면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당도 재계 눈치를 본다고 한다. 그러나 ESG경영에서 보듯 환경을 도외시한 성장은 이제 불가능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40%안을 관철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는 게 오히려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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