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나의 모든 기술을 넘길 수 있다.”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한마디로 그의 인문학 사랑이 잘 드러난다. 그는 늘 애플 제품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애플 제품은 상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의 성격을 띤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몰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학이나 역사, 철학을 전공해서는 취업이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대학들은 앞 다퉈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고 정원을 줄였다. 지원자도 해마다 격감한 것은 당연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결국 자포자기 상황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런데 이 죽어 가는 인문학을 그나마 살린 이는 엉뚱하게도 스티브 잡스였다. 그가 남긴 인문학 관련 명언들과 사업적 성취가 전 세계인들의 로망이 되면서 한국에도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이 대세가 된 느낌이다.

다시 스티브 잡스의 관련 명언 하나 들어보자.
“저는 컴퓨터 과학을 교양으로 봅니다. … 그것은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것입니다. 또 살면서 일 년 걸려 들어야 하는 수업의 하나로, 프로그래밍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죠.”

대학들은 인문학 살리기 차원서 융합, 통섭, 학제간 연구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가 ‘전산 한국어학 연구’라는 과목을 개설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나 딥 러닝 등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한국어 특성을 분석하는 수업이다. ‘디지털 스마트 인문학’을 지향하는 서울대 인문학의 비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일종의 융합 실험인데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대학 인문계열 학과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은 이 분야에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과거 인문학이나 예술은 자연과학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렇게 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성공이 불가능하다. 대학들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과학기술 인재, 과학적 지성을 겸비한 인문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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