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이다. 대규모 근대 민족국가의 출현과 함께 도시 단위로 시민들이 직접 공동체 일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를 뽑아 그들이 공적 사안들을 결정하게 했다. 의회의 탄생이다.

의회의 역사는 오래다. 민주주의의 시작인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에서도 민회라는 기구가 있었다. 시민 대표 500인으로 구성된 민회는 최고 의결기구로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 당시 민회 의원들은 지역별로 투표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추첨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는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시민 참여가 거의 불가능한 의회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데 실패하기 일쑤였다. 정책을 심의하는 데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또 의원 개개인의 도덕성과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저런 문제가 나오자 시민들은 점차 의회를 외면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지방의회 역시 대의 민주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중앙정치보다는 지방자치가 오히려 더 민주적이어서 지방의회는 늘 논쟁 대상이었다. 30년 역사의 한국 지방자치는 여전히 자리를 못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 정치 파워엘리트들의 자질 부족이다. 도덕성이나 정책적 역량, 리더십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전북의 지방의회들을 보면 과연 지방자치 특히 지방의회의 존재가 필요하기나 한 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광역이나 기초의회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음주 운전, 뇌물 등 범죄가 빈발하고 막말, 욕설 등이 횡행한다. 어떤 의원은 겸직 조항을 어겨 출석정지를 당하기도 한다. 상식에 반하는 일들이다.

이러니 지방자치 무용론이 고개를 든다. 주민 대표들의 일탈은 결국 그들을 뽑은 주민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또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져 민주주의 기본을 흔들고 있다. 궁극적인 책임은 시민들에 있다. 지방자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자치에 기여할 길도 찾는 게 옳은 태도다. 선거를 통해 의원직을 감투나 특권 쯤으로 이해하는 정치꾼들을 몰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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