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 유해 3구가 사후 200여년 만에 발견됐다. 신해박해(1791년) 당시 참수됐던 윤지충 바오로(당시 33세)와 권상연 야고보(당시 41세)와 신유박해(1802년)때 숨진 윤지헌 프란치스코(당시 37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치아와 뼈의 골화 유무를 통한 연령 검사 등 해부학적 조사와 DNA 감정 결과 세 복자가 순교할 당시와 일치했다는 게 천주교 전주교구의 설명이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일 “유해와 함께 출토된 유물 ‘백지사발지석’에서 순교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정밀감식을 의뢰했다”며 “감식 결과 세 복자의 유해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의 유해는 지난 3월 11일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초남이 성지의 바우배기 성지 개발과정에서 발견됐다. 이곳에 위치해 있던 10기의 무연분묘 가운데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덟 기의 무덤을 개장하는 과정에서다. 이장분묘업체를 통해 봉분 아래 내용물을 파악하기 위한 발굴을 진행하던 도중 순교자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물이 나온 것.
당시 함께 발견된 백자사발지석들에는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이름과 생년, 이곳에 묻힌 날 등의 정보가 적혀있었다는 게 전주교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과 국방부 유해발굴단 감식관 등을 통해 발견된 유해 3구를 감식한 결과 이들의 성별은 모두 남성으로 밝혀졌다. 치아의 마모 정도와 뼈의 골화 유무 등을 토대로 추정한 나이 역시 숨질 당시 나이와 일치했다.
이와 더불어 윤지충 바오로의 유해 목뼈 부분에서는 참수형 당시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둘째 목뼈와 양쪽 위팔뼈, 왼쪽 넙다리뼈 등에서는 능지처사형 당시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각각 발견됐다.
‘예기 손상’이라고 불리는 이 흔적들은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남은 손상’을 뜻하며, 사망 무렵 골절된 것으로 보인다는 특이 소견이 있었다고 전주교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우고 윤지충의 어머니가 숨지자 천주교 예법으로 장례를 치뤘다는 이유로 1791년 전주 남문밖(전동성당 터)에서 참수당했으며, 윤지헌 프란치스코 역시 이들이 모역동참죄로 1801년 같은 자리에서 능지처참형을 받아 순교했다.
아울러 y염색체를 통한 부계확인검사에서도 각각 안동 권씨·해남 윤씨 친족들과 동일 부계 혈연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윤지충 바오로와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경우 동일 부계 혈연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천주교 전주교구는 전했다.
그리고 앞서 정밀조사 및 추토물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이들이 순교한 시기와 일치하는 점, 역사 사료의 내용, 해부학적 검사 결과, 유전 정보 등을 토대로 발굴된 유해가 순교한 세 복자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교회 법원은 지난달 18일 전주교구에서 제출한 증거들을 검토, 이들 세 복자의 유해가 확실하다고 선고한 바 있다.
김선태 전주교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해에 대한 해부학적 고고학적 정밀감식 연구 결과 이 유해들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라며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는 교령을 공포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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