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한솔재활요양병원 전문의

#1. A씨(20)는 수년간 간헐적으로 고환 쪽에 통증을 느껴왔다. 비록 오래 지속되는 일은 없었지만, 비슷한 아픔이 몇 년간 반복되자 참다못한 A씨는 결국 비뇨기과를 찾았다. 의사의 진단 결과 생각지도 못했던 A씨의 병명은 ‘정계정맥류’였다.
#2. B씨(30대)역시 비슷한 통증을 앓아왔다. 가끔 고환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B씨는 증상이 지속되는데다 고구마 줄기가 엉킨 듯한 핏줄이 튀어나온 모습까지 확인한 뒤 부랴부랴 비뇨기과를 찾았다. 음낭 초음파 검사 결과 의사는 B씨에게도 정계정맥류 진단을 내렸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정계정맥류라는 병은 매우 생소하다.
정맥류란 정맥이 병적으로 머물러 정체된 것을 말하는데, 이 위치가 정계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성인남성의 15%에서 발견되고 불임 남성의 35-81%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정계정맥류는 우리 몸의 정맥에 존재하는 역류방지 역할을 하는 밸브가 선천적으로 수효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좋지 못하면 피가 심장을 향해 올라가지 못하고 역류, 종내엔 고환주위에 실핏줄뭉치로 내려와 고이며 발생한다. 그 결과 여러 가닥의 실핏줄이 크게 확장된 정맥류가 주로 좌측 음낭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계정맥류가 있는 사람의 경우, 신체 검사 때 양쪽 음낭크기가 차이가 나거나 음낭 안에 여러 마리의 지렁이가 어지럽게 뭉친 모습이 보이거나 만져진다. 

정계정맥류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한명도 없는 일차적 불임남성의 35%, 둘째부터 불임인 이차적 불임남성의 75-81%에서 발견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 질환이 불임을 초래하는 이유는 고환 주위의 늘어난 정맥들 안에 피가 정체되고,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고환 내 산소 부족현상을 유발하면서 고환의 정자생산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흔히 남성 불임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이유는 정계정맥류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남성불임증이기 때문이다.
정계정맥류 수술은 수술현미경을 이용하여 문제가 되는 정맥만 묶어주고 동맥이나 임파관은 보존하는 미세수술법이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정계정맥류 제거수술을 받은 경우 70-80%에서 정액검사 결과가 좋아지고 30-40%의 임신성공률을 보인다.

결론적으로 자녀가 없는 부부는 남편의 정계정맥류 여부를 비뇨의학과 전문의 진단과 검사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너무 많은 부부들이 시험관아기 시술로 뛰어드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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