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7시30분.
한여름 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전라북도 무주군에는 어김없이‘무지개’가 뜬다.
2011년 결성된 무주군의 다국적밴드 ‘레인보우’는 필리핀과 베트남, 태국, 일본 등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 7명이 모여 만든 무주군 대표 다문화 홍보대사다.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1인 3역을 넘어 밴드까지 소화해내는 수퍼우먼들이 호흡을 맞추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강산도 변한다는 10주년을 맞은 레인보우.
다문화가정 2세와 센터의 구성원까지 아우르는 확장으로 내실을 다져, 이제는 수준급의 음악을 선보이는 산골마을 무주의 대표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레인보우’의 연습장이 있는 ‘무주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일곱빛깔 멤버들을 만났다.

무주군에서 열리는 반딧불축제와 산골영화제 등 크고 작은 행사때마다 빠지지 않는 동네 최고의 인기스타!
다문화와 비(非)다문화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호흡하는 무지갯빛 꿈은 그들의 소망과 땀, 노랫소리가 한데 영글어 결실을 앞두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반딧불축제에 선보일 곡을 연습하기 위해 모인 ‘레인보우’
연습실이 있는 지하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며 들려오는 음악은 수준급의 밴드임을 알아챌 수 있게 만들었다.

인생의 정공법인 ‘노력한 만큼 대가가 돌아온다’가 딱 들어맞는 곳이 이들의 연습실이다.
2011년 레인보우의 태동과 함께한 창단멤버 쉘리 비느강악(48세)씨는 팀의 왕언니.
10년 전 처음 접한 낯선 베이스 기타는, 이제 어떤 곡도 막힘없이 척척 연주하는 달인 수준의 경지까지 도달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올봄 연습실을 찾았던 막내 송경희(14세)양은 청초한 사춘기 푸르른 감성의 목소리로 다양성을 확장하며 밴드의 평균연령을 확 낮추었을 뿐 아니라 타고난 밝은 기운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밴드의 희망 아이콘이다.
도미오까 가쯔미(54세), 쉘리(48세), 장진원(46세), 요꼬다 마나미(44세), 최운경(35세), 신동선(23세), 송경희(14세)
‘레인보우’의 스펙트럼은 14세부터 54세까지 40여 년을 껴안을 만큼 폭이 넓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하루뿐인 금요일을 기다리는 이들. 멤버들에게 금요일은 어느 요일보다 값지다.
이유는 각자의 고운 색깔이 모여 더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드는 레인보우 밴드의 연습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레인보우를 거쳐간 6명의 선배 레인보우들도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도닥이며 그들이 더 큰 무대를 향해갈 수 있게 도와주니 조금만 지나면 쌍무지개가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대니얼 분의 ‘뷰티풀 선데이’,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이선희의 ‘J에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반딧불축제에 선보일 곡들이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무주군 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장진원센터장의 “자 오늘도 한번 해봅시다”라는 단순명료한 치트키가 입력되자, 그 가수의 음원을 틀어 놓은 듯한 수준급의 음악이 연습실을 채우고 있다.

취재를 왔다 난데없는 귀 호강까지 하게 되니 마법 같은 음악의 힘에 빠져 젊은 시절 그 노래에 담긴 추억까지 떠올렸다.
통기타가 갖고 싶어 한 달 넘게 엄마를 졸랐던 중학교 1학년의 나.
소원은 이뤄졌지만 결국 로망스 연주만 익히고 가수의 길을 포기하고 말았던 나의 리즈 시절을 떠올렸다.
뜬금없이 궁금하다. 내 기타는 어디에 있을까? 모두의 그 많은 기타들은 어디로 갔을까?
음악은 가슴 깊이 새겼던 추억을 함께 불러와 재생시키는 자동장치를 내재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종류의 기능을 숨겼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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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것은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해서다.”
-앙리까르띠에 브레송-

레인보우 멤버들은 한쪽 눈을 감지 않고도 마음의 눈을 뜨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하나가 된 이들이 얻은 건 연주실력과 가창력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주는 마음의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각자의 나라가 달라도 가족보다 더 가깝다고 느낄 때, 어느 누구보다 의지가 되는 그들은 피를 나누지 않고도 가족이 되는 마법을 겪었다.
멤버들 개개인이 서로서로 보듬고 품었던 따뜻한 배려와 이해는 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될 때 증폭의 힘을 발휘하며 어떤 편견과 차별도 무력화하는 마법같은 일상을 만들었다.

각자의 빛깔이 아름다운 7명이 함께 있기에, 비좁던 연습실은 긍정에너지로 가득 채우며 어벤저스를 능가하는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만들어갔다.
어느새 연주는 끝나고 깜깜해진 어둠을 향해 몸을 던져야 할 시간이다.
레인보우 멤버들은 ‘다음 금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텔레파시를 교감하는 듯 아쉬운 표정을 공유하며 각자의 색깔로 자리를 옮겼다.
기상청보다 확실하고 정확한 일기예보를 말씀드립니다.
다음 주 금요일, 무주에는 또다시 무지개가 떠오릅니다.

글·사진/장태엽기자·mode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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