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 상황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긴장이 연속된 생활을 하면서 일상은 터덕거리고 있지만 계절은 거침이 없다. 계절의 시계는 서서히 가을을 가리키고 있지만 한낮 온도는 여전히 30도를 웃돌고 있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으로는 계곡이 최고인데 잠시 더위를 피할 겸 숲길을 거닐며 계곡을 즐길 수 있는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마애석불을 찾아보자.

▲여름 숲길을 따라 찾아가는 마애석불길
수만리 마애석불을 가기 위해 전주 방향에서 출발하는 경우 소양면 송광사, 위봉산성을 지난다. 위봉산성을 지나면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그 길을 따라가면 입석마을이 나온다. 입석(立石)마을은 수만교회 뒤편 산 중턱에 바위가 우뚝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이 끝날 즈음에 있는 다리(입석교) 입구에 수만리 마애석불 안내 표시가 있다. 이곳이 수만리 마애석불 가는 길 시작점이다.
입석교를 건너서 밭 사이로 난 좁은 수로를 따라가면 숲길로 이어진다. 입구에서 보았던 이정표에는 마애석불까지 거리가 1.42km로 돼 있다.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이다.

입구에서 300여m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길은 대부산 가는 길, 오른쪽은 마애석불 가는 길이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마애석불 가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숲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계곡과 나란히 산을 오를 수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그제서야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계곡물에 손을 담가 보면 수량이 적어서 그렇지 물 자체는 맑고 시원하다. 계곡물의 시원함이 전해져 기분이 상쾌하게 전해져 온다. 숲길을 걷다가 이렇게 땀을 식힐 수 있다는 것이 수만리 마애석불 가는 길의 장점이다.
완주에 있는 많은 산들이 으레 그렇듯이 숲길 양옆으로는 조릿대가 무성하다. 조릿대가 많이 보인다는 것은 오래된 숲이라는 의미이다. 숲의 천이 과정에서 보면 서어나무와 함께 극상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상화 잎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지만 땅속에서는 꽃을 피우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아마 8월 중에는 빈자리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화사한 상사화 무리가 넘실대는 풍경을 볼 수 있겠다.

▲자연품은 마애석불가는길 
숲길이 끝날 즈음 대나무숲이 보이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안도암이 가까워졌다는 얘기이다. 안도암은 수만리 마애석불로 오르는 중간에 있는 작은 암자인데 대나무숲을 지나 작은 돌계단을 오르면 안도암이 있다.
굳이 암자라는 티를 내지 않았는데 아무런 꾸밈도 없다. 당연히 문조차 보이지 않다. 암자 입구 양쪽에 서 있는 감나무 두 그루가 문을 대신할 뿐이다. 허름한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자라기보다는 50년 전쯤 시골집 풍경이 연상된다.

암자에 딸린 요사채 역시 암자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사채 앞을 무심코 지나치다가 마루 앞에 놓인 작은 나무 의자를 보게 됐는데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생전에 늘 무소유를 얘기하던 법정 스님이 사용하던 의자가 떠올리는 장면이다. 

마애석불 가는 길은 안도암 뒤쪽으로 이어진다. 암자를 지나면 산 경사가 심해지는데 길가에 두꺼비를 닮은 바위가 발을 멈추게 한다. 바위를 보면서 왜 두꺼비 바위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들 정도다. 두꺼비 바위 덕분에 잠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등산을 하다 보면 정상 근처에서 가장 힘든 구간을 지날 때가 많다. 바로 이 구간이 그런 곳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구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두꺼비 바위에서 조금만 오르면 거대한 마애석불과 마주한다.
엄청 큰 바위 위에 새겨놓은 마애석불을 앞에 놓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84호인 수만리 마애석불은 통일신라 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당시에 이런 거대한 불상을 새긴 것도 그렇고, 이 험한 기도처를 찾아왔던 옛사람들도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다.

마애불상은 천 년을 훨씬 넘겼으면서도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훼손되기도 했지만 얼굴 형상이라든지 상체의 옷 주름 등은 지금도 선명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보호각을 세워 잘 보존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애석불을 보고 나서 석불이 새겨진 큰 바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보자. 마침 바람 길이라서 시원한 바람이 연신 스치고 지나간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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