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배롱나무의 꽃이 곱고 예쁘게 피는 계절이라 그런지 피향정과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 됐다. 그러나 피향정은 그보다 더 알려진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데 바로 연꽃 명소라는 점이다. 연꽃이 피는 계절 마스크로 완전히 무장하고 사회적 거리도 신경 쓰면서 손소독 또한 꼼꼼하게 해 코로나 방역수칙을 실천하며 연꽃 구경을 다녀와보자.

▲찬란한 여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연꽃 풍경
정읍시 태인면 태창리 102-2에 위치한 피향정은 보물 제289호로 지정돼 관리하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신라 헌안왕 때 태인 현감으로 있던 최치원이 재임 중에 세웠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초창 연대는 알 수 없고 조선 후기 태인 현감 유근이 전라감사와 호조에 교섭해 정부의 보조로 재목을 변산에서 베어와 현재의 규모로 건물로 고쳐 세웠다고 한다. 내부는 마루를 깔아 돌계단을 만들어 오르고 내릴 수 있게 했고 지상에서 마루 아래로 28개의 돌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고 4면이 모두 개방돼 있고 난간을 설치한 형태이다.
피향정은 양쪽으로 걸린 현판이 독특하다. 각각 '피향정(披香亭)'과 '호남제일정'으로 예로부터 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라고 해 '호남제일정(湖南第一亭)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제일정 현판이 걸린 방향에서는 하연지를 피향정 현판 쪽에서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상연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건물 내부에는 '피향정'이라는 현판과 피향정을 거쳐간 시인 묵객들의 시가를 기록한 편액이 걸려 있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시인과 선비들이 피향정을 노래했던 시가를 새긴 20여 편의 편액이 천장 쪽에 걸려 있고 편액들 사이에 '피향정'이라는 현판은 태안 현감이었던 풍성 조항진이 쓴 원본이라고 한다.
피향정에서 연지를 바라보면 그 시간은 자연 힐링이 되는 풍경을 품에 안는 기분이 들 것이다. 어디를 가도 폭염에 시들해질 정도로 햇살이 뜨거운 요즘, 피향정에 서서 있으면 어느새 바람이 솔솔 불어와 더위도 잠시 식히고 풍경에 흠뻑 빠지게 된다.
연꽃이 만발한 연못의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피향정과 함벽루와 어우러져 너무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연꽃과 함께 아름다워 이맘때 즈음이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누정을 두고 상연지와 하연지의 두 연지가 있어 연꽃이 만발할 때 그 향기가 누정의 주위에 가득하다 하였다는데 상연지는 일제 강점기에 메워지고 지금은 하연지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피향정의 연꽃은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정읍 9경 중 하나인 제6경으로 알려져 있다.
피향정 서쪽에 위치한 연지 내에는 돌다리로 이어진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데 바로 함벽루이다. 함벽루는 본래 사정(활터)이었다고 하는데 궁사들의 궁도 수련장으로 사용됐고, 전국 단위 궁도대회도 개최했던 곳이라고 한다.
연꽃은 피어난 지 3일 만에 진다고 하는데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데 크고 널찍한 연잎에 툭하니 떨어지는 모습은 잠재된 감성을 깨운다. 고작 3일간의 꽃을 피우지만 연지속 꽃들이 제각각 피는 시기가 다르니 오랜 기간 볼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은은한 연꽃의 향기에 취해 걷는 피향정
함벽루와 그 주변으로 피어나고 있는 연꽃들이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함벽루에서 구경하는 풍경도 좋지만 막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기도 하다. 돌다리를 건너 연지를 둘러싼 산책로를 무심히 걸어보자.
연지안에는 주로 홍련이 대부분이나 홍련 사이에 간혹 백령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붉은색의 화사함과 고상한 아름다움을 지닌 백련이 조화롭게 피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연꽃이 만개해 그 풍경에 취할 정도인데 연못에 연꽃이 피면 그 향기가 주변까지 퍼져 피향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연꽃 향에 취해보면 어떨까 싶지만 아쉽게도 그 향을 느낄 수는 없다. 이른 아침에 연꽃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는 향기이다.
연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연꽃의 열매인 연밥이 드러나게 되는데 연꽃의 수가 적어지고 연밥이 많아지면 왠지 아쉬울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연밥이 익어가는 모습도 하나의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피향정에는 문화 관광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상시 해설(10:30~16:30)이 가능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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