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마는 원래 6월 중순에 시작해서 7월 말쯤에 끝난다. 여름철 한반도 근처에서는 남쪽에서 온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에서 온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제주도 근처에서 만난 뒤 북쪽으로 올라가며 비를 뿌린다. 두 공기 덩어리가 만난 곳에 생긴 걸 '장마전선'이라고 하고, 이 기간을 장마라고 한다.

근데 올해는 장마가 6월 중순이 아니라 7월 초에 찾아왔다. 이는 34년 만에 지각 장마라고 부를 정도다. 올해는 차가운 고기압이 뜨거운 고기압을 아예 제주도 아래에서 꽉 막아서 장마전선이 한반도 방향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블로킹 현상'으로 장마가 늦었다. 작년 장마가 길었던 것도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에 있을 때 블로킹 현상이 일어나 오랫동안 비를 뿌린 것이다.

이로 인해 작년에 우리나라 재산피해는 1조2,585억 원 규모로 컸고, 농업·어업·축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며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수많은 동식물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위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올해 7월엔 비가 갑자기 많이 오면서 일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를 뿌리며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났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는 100년 만에 폭염이 찾아왔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일주일에 719명이 돌연사하기도 했다.

지난 14~15일, 독일 서부 지역과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에도 100년 만의 폭우가 내렸다. 독일과 벨기에에서 17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고, 수백 명이 실종됐으며, 기찻길이 끊기고 댐이 무너졌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가 7% 가량의 수증기를 더 머금게 되는데, 그러다 한꺼번에 더 많은 비를 쏟아내 이러한 사태가 빚어진다고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수급이 비상 단계로 올랐다. 예비전력이 10GW는 돼야 안심할 수 있는데, 지난주에 그 밑으로 떨어졌다. 기후 비상 상황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자연의 직접적인 경고는 계속되는데 인간의 대처는 늦기만 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