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경제용어는 ESG 경영일 것이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인 ESG는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ESG 경영이 우리나라에서도 자리 잡으면서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64년 설립된 국내 2위 우유업체인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 등 온갖 악재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홍원식 회장이 자진 사퇴하고, 보유주식 전부를 매각하는 일이 지난 5월 발생했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체 1위 쿠팡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쿠팡이츠 새우튀김 갑질 논란,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자 모임과의 비공개 교섭 결렬, 욱일기 관련 상품 판매 이슈까지 이어지면서 쿠팡을 이끌고 있는 김범석 의장의 사임의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회원 탈퇴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담당자를 문책하는 선에서 끝났을 사안이 최고 경영자의 사퇴와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관리하는 ESG가 이제는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더욱 치열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들도 제품 구매 시 ESG를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소 제로 정책을 제시하면서 전 세계 어디서든 기후변화 대처에 역행하는 사업을 벌이면 미국시장 진출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나 현대차, LG, SK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ESG 전략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전담조직을 꾸려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감시스템 및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레일과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들도 녹색채권 발행에 앞장서고 있으며,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 등 국내외 ESG펀드의 투자규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전주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도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ESG 경영을 도입하는 등 환경과 사회, 윤리적 측면에서 보다 진보된 혁신사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공기업, 지자체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이달부터 확장 적용되고 있는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ESG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 지역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매출과 이익이 크지 않은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환경과 관련,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부나 사회봉사를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또 경영권 분리, 이사회 독립과 같은 지배구조의 개선도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괴리감이 있다며 마치 ESG가 기업경영을 옭아매는 족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 회장이 보아오포럼에서 단언한 바와 같이 ‘ESG는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로 우리 지역 기업들 역시 수수방관 할 수는 없다. 기업은 앞으로 좋은 질의 제품생산과 오염물질 배출 감소, 근로여건 개선 등 고객(소비자)과 내부직원으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ESG 경영에 대한 자체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 친환경 재료구매, 자원 보전 등 실천 가능한 구체적 내용을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도 ESG가 단순히 기업에게 부담으로 느끼지 않도록 각종 교육과 정보제공 노력을 강화하고,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발 빠른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ESG 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되고 있다. ESG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전북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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