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하고 과장된 색상, 임의로 확대되고 축소한 형태와 비율, 정리되지 않은 플라스틱 찌꺼기까지. 

김윤해 작가가 포착한 동물완구의 모습은 어쩐지 실제 동물과는 거리가 멀다. 

양팔을 어정쩡하게 든 채 정면을 응시하는 침팬지는 우스꽝스럽고, 분홍색 젖이 유난히 도드라진 젖소는 기괴하다. 

난해하고, 어딘지 불친절하다는 인상까지 풍긴다. 그러나 작품 내면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자연과 인간사회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7일부터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는 김윤해 작가 개인전 '동물의 왕국'이 열리고 있다. 

'동물의 왕국'은 2015년 김 작가의 첫 개인전 '플라스틱 자본주의'를 이은 두 번째 사진전이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플라스틱은 인간의 욕망을 가장 쉽게 표현하는 재료"라며 "어떤 형태, 무슨 색으로든 소성이 가능하고,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 동물완구를 집요하게 관찰한 김 작가의 결과물로, 대형마트와 서울 시내 완구 도매점, 온라인 상점, 해외사이트 등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플라스틱 동물완구에서 찾은 인간의 욕망과 동물의 미래‘가 전시의 부제이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물에 대한 인간의 경시와 환경파괴에 대한 시니컬한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 

김 작가는 "동물의 왕국은 TV와 같은 미디어 안에서만 존재한다”며“ 대형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을 기록한 것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을 뿐,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은 사라졌거나 상업적으로 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동물의 왕국‘은 지금 우리 곁에, 바로 여기에 없을 뿐 저 멀리 어딘가엔 존재하듯이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김지연 서학동사진관 대표는 “김윤해 작가의 ’동물의 왕국‘은 명료하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며 “환경파괴, 동물경시 등을 비유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작품은 매우 복잡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플라스틱 동물완구에서 인간의 욕망과 동물의 미래를 읽어낸 ’동물의 왕국‘은 오는 31일까지 전주 서학동 사진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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