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코로나가 아직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탁 트인 공간에서 잠깐이나마 쉴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힐링이 될 것이다. 익산 톨게이트를 지나면 드넓은 익산평야가 눈앞에 펼쳐진다. 찬란한 백제의 역사가 ‘미완’으로 남은 그 곳. 그렇게 익산은 많은 백제의 이야기가 남겨져 있다.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 골목길을 따라 숨겨져 있는 듯한 ‘익산토성’을 둘러보자.

▲백제의 전성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익산 토성’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산 50-3번지에 위치한 익산 토성은 사적 제92호로 지정돼 있다. 지정면적은 약 20만 제곱미터에 달하고 삼국이 통일된 후에는 고구려의 왕족인 안승이 보덕국을 세웠던 곳이라고도 전해지면서 ‘보덕성’이라고도 불렀다.

토성의 일부분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데 박물관에서만 봤던 것처럼 고대 국가들이 토성과 산성들을 어떻게 쌓았는지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나게 하는 모습이다. 익산 토성은 오금산 구릉에 계곡을 감싸고 쌓은 포곡식 성으로 둘레는 약 450여미터라고 한다. 다수의 백제 유물들이 출토되면서 백제가 방어를 위해 쌓은 토성임을 추정할 수 있고, 또한 백제의 전성기인 5세기 즈음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짧은 역사적 식견으로는 백제인 최전성기였던 근초고왕 재위시절에 축조가 되었을 것으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아무래도 국력이 가장 왕성했던 때 전시와 평시에 군인과 백성들을 동원하기 유리했을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인접한 고대국가인 신라의 침입에도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구려의 전성기인 5세기에는 이른바 ‘나제동맹’이라고 해 백제와 신라가 동맹을 맺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는 아무래도 외곽 방비에는 조금 소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토성 곳곳에는 야생마 군락지가 넓게 분포돼 있다. 익산 토성은 ‘오금산성’으로도 불리우는데 다섯덩이의 황금이 나온 오금산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도 찾아볼 수 있다.

익산 토성의 입구에서 정상부까지는 약 5분정도만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실제 축조 당시의 정상부 높이도 지금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 높은 곳에서 360도가 모두 보일 정도로 관측에는 용이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국의 다른 토성과 산성들에서 발견 된 당시의 주거지역, 무기고, 창고, 방어시설들이 적극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익산 토성의 정상부에 올라오면서 나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와 국립부여박물관 등으로 연계여행이 가능하다.

▲익산둘레길(무왕길) 따라 무왕이 잠들어 있는 곳

익산둘레길(무왕길)은 약 18.1km의 역사테마의 둘레길이다. 익산 토성과 지금 찾은 무왕릉과도 연결돼 있다. 무왕릉 입구에 도착하면 발굴 당시의 이야기와 왕릉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사적 제84호 대왕릉은 무왕의 릉, 소왕릉은 선화공주의 릉으로 추정된다.

익산 무왕릉에 대해서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발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익산 쌍릉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에 일제에 의해 최초로 발굴됐는데 이후, 2017~2019년까지 비교적 가장 최근에 발굴이 진행된 왕릉이라는 점이다.

▲익산 무왕릉의 소왕릉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익산 무왕릉은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부여에 있는 능산리 고분군 보다도 훨씬 큰 편에 속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본래 대왕릉은 무왕의 릉이며, 소왕릉은 선화공주의 릉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미륵사지의 석탑 해체 및 보수작업 중 발견된 사리봉영기에는 왕비가 좌평인 사택적덕의 딸이었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설화에 기초한 소왕릉의 주인이 선화공주가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슈일 것이다.

쌍릉은 서로 적당한 거리르 두고 이격돼 있는데 마치 공원 속에서 산책을 하는 것처럼 산책로의 정비가 매우 잘돼 있다. 마치 수도권에 위치한 조선왕릉의 산책로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재 소왕릉은 7월까지 보수공사가 진행중이라 관람을 할 수 없어 반드시 참고하길 바란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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