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빈 지방의정활동연구소장

매년 7월과 12월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사가 진행된다. 인사가 진행되면서 무수히 많은 말들이 생겨나는데 바로 공정성의 문제이다. 벌써부터 이번 인사에는 누구누구가 몇 급으로 승진할 것이고 누구누구는 이래서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이외에도 갖가지 소문들이 무성해진다. 행정 조직은 특히나 성과나 역량을 정량적 다시 말해 생산의 양이나 수로 정확하게 산출해낼 수 없기에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한 지방자치단체 인사 시스템을 확인해보면 상급자가 평가하는 경우, 하급자가 평가하는 경우, 상하급자 모두가 평가하는 경우, 동일 직렬이 평가하는 경우, 2~3가지를 병행하는 경우 및 성과를 연동하는 시스템이나 전라북도에서 추진했던 BSC 등 다양한 인사평가 기법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하게 객관적인 인사평가는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한다.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며 그 점이 바로 공무원들로 하여금 인사평가가 불공정하다고 불신 받게 되는 주된 이유라 생각한다.

인사평가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내정치에 의한 평가라고 꼽은 인터넷상의 글을 보면 사내정치는 쉽게 말하면 줄 서기, 줄 세우기로 영향력 있는 사람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의도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만나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줄을 서는 사람은 영향력 있는 사람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고, 줄을 세우는 사람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려 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미지 평가이다. 이미지 평가도 인사평가가 불공정하다는 불신을 품게 만든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할 때 평가받는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사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주관적인 인식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인사평가가 성과를 움직일 수 없는 기준으로 삼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이미지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한다. 평가자의 주관을 넘어서 감정이 개입되는 것이다. 그 결과 성과는 높지 않아도 성실함, 열의, 애사심, 친절함, 싹싹함, 예의범절 같은 이미지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음은 대표적으로 행정조직에서 많이 나타나는 방법으로 연공서열에 의한 평가다. 이 평가 방식은 성과나 능력보다 경력이나 근속 연수, 나이, 학력 같은 것들을 평가에 우선 반영하는 방식이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계량화되어 있는 요소들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아서 편하다고 한다. 문제는 연공서열과는 관계없는 인사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서 실제 평가에서는 연공서열을 반영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소 객관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인사평가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있는데 이는 조직 차원에서는 승진이나 임금 인상, 보상, 처벌 같은 고용이나 업무분장에 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는 동기 부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않으면 조직은 고용이나 업무에 관한 판단을 위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며, 직원들은 열심히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자치단체들이 인사평가의 트렌드나 검증된 기법에 매달린다.
하지만 정작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평가의 품질이 아니라 얼마나 공정하게 평가하느냐 일 것이다. 인사평가의 대상은 직원들이다.

그들에게는 평가를 얼마나 잘하느냐 보다 공정함이 더 우선일 것이기에 어떤 평가 기법을 선택할 것이냐를 고민하기 전에 평가 기법을 직원들이 공정하게 여길지, 평가를 받는 당사자들에게 물어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니 모든 공직자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최근 이슈가 된 정당대변인 선출 오디션처럼 관리자의 첫걸음인 사무관이나 주요 보직 정도는 일정비율에 한해서라도 정책토론 내지는 비전토론 배틀로 결정한다면 공정성도 담보되며 업무 능률도 오르지 않을까?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