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병원(병원장 윤권하)은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엄격한 평가 기준을 갖추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응급의료전용헬기,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 운영 등 퀸터플 응급의료체계 구축으로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국내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이다.

또 암센터가 활성화 되어 암 치료를 선도하고, 표준을 제시하며 진료 각과 간 상호 밀접한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춤으로써 환자의 빠른 진단 및 개개인에 맞는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는 진료 환경을 조성하여 건강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최초로 정신건강의학과와 소화기내과가 함께 ‘뇌-위장관 스트레스 클리닉’을 개설하여 기능성 위장질환자들에게 통합적 진료를 제공하여 증상 개선에 탁월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통한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기능성 위장질환자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정신건강의학과 명의 장승호 교수에게 들어본다.

― 중요한 발표나 시험을 앞두고 소화가 안 되거나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것입니다. 또 직장이나 가정에서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슴이 쓰려서 밤잠 설치셨던 분들.

▲이렇게 심리적 원인으로 유발되는 위장관 질환을 뇌위장관 질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 증후군, 위식도역류질환, 변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 뇌와 위장관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나요?

▲쉽게 말해, 뇌와 위장관은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복잡한 신경 고속도로를 사방팔방으로 질주하면서 배가 고플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해균을 섭취했을 때 인체가 적절한 반응을 통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러한 뇌와 위장관 사이의 정보고속도로를 뇌-위장관 축이라고 부릅니다. 이 축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이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위장관을 제 2의 뇌라고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 심리적 원인이 복통이나 소화불량 등 위장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운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증상을 초래하나요?

▲위장관 질환은 정신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서 정신증상이 위장관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대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이 동반된 위장관 질환 환자에서 그 증상이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위장관과 뇌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실제로 최근 많이 알려진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뇌뿐만 아니라 장에서도 만들어 집니다. 하지만, 어떠한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서 이러한 신경전물질들에 균형이 깨지게 되면,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위장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통해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요, 이물질은 일종의 독성물질입니다.. 코티솔이 위장관으로 이동해서 다양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거나, 위장관 벽을 수축시키고, 위장관 세포들을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위장벽이 자극되면 화장실에 자주가고 싶게 되죠. 이게 바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입니다. 거꾸로 위장관 운동을 억제하면 변비 증상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뇌위장관질환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사실 뇌위장관 질환이라는 개념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유병률이 아직 보고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소화기 내과에서 기존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경우 전체 인구의 3-27%까지, 소화불량은 25%까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심리적 원인이 고려되지 않은 조사 결과이고, 이중 상당 수는 뇌위장관 질환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직장 내 과로나 대인관계 갈등으로 인해 직무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뇌위장관질환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희 병원에서 전라북도에 근무하시는 소방공무원 분들 1200여분을 대상으로 뇌위장관 질환과 심리적 건강 상태를 조사했었는데요. 조사 결과 일반 인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뇌위장관질환의 유병률을 나타냈고, 이러한 증상들을 직무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 상당히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계시는군요. 더욱이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에게 흔하다고 하시니 저도 걱정이 되는데요. 뇌위장관 질환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뱃속이 불편한데 뇌위장관 클리닉에 방문하시라고 하니 이해가 잘 안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뇌위장관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환자분들에게 이러한 치료적 접근 방식을 설명하는데 매번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뇌위장관 증상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가까운 내과 병원을 먼저 방문하셔서 내과전문의 선생님들의 내과적 진단을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정확한 문진과, 혈액학적 혹은 내시경적 검사 등을 시행하시고 신체적 이상이 없음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만약 위장관의 염증이나 궤양 등 병변이 발견된다면 먼저 해당 증상을 치료하시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만, 내과적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거나, 내과적 치료 후에도 위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심리적 원인을 평가해 봐야만 합니다.

저희 클리닉에서는 방문하시는 환자분들께 정신의학적 전문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시 임상심리전문가에 의해 전문심리검사, 신경생리검사, CT나 MRI 등 뇌영상의학적 검사를 진행해서 심리적 문제들에 대한 전문적이고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치료는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나요?

▲저희 클리닉에서는 약물치료의 경우 보통 2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시도록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약물의 효과를 충분히 보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드렸던 뇌-위장관 축에서 다양한 물질들의 전달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면 약물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정신약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문의에 의해 처방된 약물은 매우 안전하며, 적절한 치료계획에 따라 약물 용량을 줄이고, 이후에는 약물의 도움 없이도 증상을 조절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 조절은 꼭 전문의와 상의 후 진행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나 명상치료, 규칙적인 운동 등을 6개월 이상 병행하시면 증상의 악화 없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 끝으로 뇌위장관 클리닉에 대한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안타깝게도 뇌위장관 증상을 경험하는 환자분들께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첫째로, 정신건강의학과와 내과라는 두 진료과의 협진 및 학문적 교류나 환자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쉽지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뇌위장관질환 만을 치료하는 단일 병원이 매우 많고, 여기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통합진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뇌위장관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정작 그 원인을 찾고 치료해 드리고자 하는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신의학과적 진료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2017년 5월부터 국내 최초로 뇌위장관 스트레스 클리닉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진료의 질을 높여서 뇌위장관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갈 것입니다.
/익산=김종순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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