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신고는 참견이 아닌 의무

오피니언l승인2021.06.14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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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호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현대사회가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 세계화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들의 삶과 가치관도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각종 사회문제가 가히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의 가부장적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반포지효’, ‘부자유친’ 등 효를 상징하던 사자성어를 어쩌다 한 번이라도 입에 담을라 치면 어김없이 ‘꼰대’라 치부되고, 대부분은 귀담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으며, 심지어 학대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6년 국제연합에서 노인학대 예방 및 관심을 촉구하기 위하여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정하였고, 우리나라는 2015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하여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가정 내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는 인식확산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6월 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노인학대란 신체적·정서적·경제적(착취) 학대 및 유기·방임으로 인한 소외를 모두 포함한다.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9만명을 넘었고2019년 7월부터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등 가파른 고령화만큼 학대 신고 건수가 늘고, 재발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2018년도 233건, 2019년 267건, 2020년 285건이며, 상담건수는 2018년 4,442건, 2019년 4,480건, 2020년 6,486건으로 학대와 상담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학대 행위는 배우자, 자녀 등과 같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노인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어 가슴 한 켠이 아린다.  노인학대는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학대임을 모르고 가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노인학대 특징은 가정 내에서 오랜기간 지속되고 재학대 발생이 높으며, 노인의 특성상 학대 사실에 대해 은폐하고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사례가 많다. 자식에게 가해를 당하고도 본인 스스로 자해였다고 허위진술을 하는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 지역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간간히 접하고 있는 잊고 싶은 현실이다.

도에서는 노인학대 재발방지와 노인인권 보호를 위해 전주, 군산 지역에 노인보호전문기관 2개소와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1개소를 위탁 운영 중에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노인학대 사례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하여 노인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쉼터는 학대 피해노인 보호 및 치유프로그램운영, 가해자 및 가족상담으로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인학대 신고는 우리 모두의 몫이며 남의 가정사 참견이 아닌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는 중대한 의무이다. 노인학대는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노인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노인은 경륜과 지혜의 보고로서 공경의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모두 늙어간다. 지금 노인의 모습이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걸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그게 바로 노인을 공경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법률만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정·학교에서도 노인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교육을 어릴적부터 의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는 걸 깊게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어르신들께 마음과 귀를 열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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