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완 시인, 김제시지평선축제 제전위원회 사무국장

첫걸음을 떼는 일은 어렵다. 아이가 일어서고, 허리를 펴서, 처음 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는 일은 감격스럽다. 누구에게나 어떤 일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제는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된 일이라도 처음의 순간에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던 감정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우리가 무언가에 싫증을 낸다는 것은 만족을 못 하기 때문이고 처음 가졌던 나름대로 소중한 느낌들을 쉽게 잊어가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물건을 사게 됐던가?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게 됐던가? 내가 왜 그런 다짐을 했던가? 하나 둘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그 처음의 좋은 느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생각은 변화하고 늘 같을 순 없으며 악기와도 같다. 그 변화의 현 위에서 각자의 상념을 연주 할지라도 현을 이루는 악기 자체에 소홀하면 좋은 음악을 연주 할 수 없다.  우리는 늘 변화를 꿈꾸지만 사소한 무관심과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이따금 불협 화음을 연주하게 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까이 있다" 고 현인들은 말한다. 행복은 결코 누군가에 의해 얻어 지는 것은 아닌것 같다. 늘 사용하는 구형 휴대폰, 어느새 손에 익은 볼펜 한 자루, 잠들어 있는 가족들, 그리고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 사랑했던 사람과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소중한 느낌을 갖고 먼저 그 마음을 되 살리고 주위를 돌아보자. 당신은 소중한데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속상해 하지 말자. 우리가 소중하게 떠올렸던 그 마음, 그들로 인해 잠시나마 가졌던 그 마음, 볼펜을 종이에 긁적이며 고르던 그 마음, 처음 휴대폰을 들구 만지작 거리던 그 마음, 그 마음들을 가졌었던 때를 떠 올리며 엷은 미소를 짓는 자신을 찾을 줄 아는 멋진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선물하자.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선물하며“오늘 옷 참 잘 어울려요”라고 하면서 먼저 웃으며 인사하자. 나의 사랑이 소중하고 아름답듯,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사랑 또한 아름답고 값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나의 자유가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의 자유도 똑같이 존중해주는 사람은 아름답다. 남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내가 실수를 저질렀던 기억을 떠올리며 감싸주는 사람은 아름답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이 나와 맞지 않아도 그것을 옳지 않다고 단정 짓지 않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렇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진실로 강한 사람은 웃음으로 무장한 사람이다. 웃음은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갖게 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얼굴을 찌푸린 미인보다 바보의 웃는 얼굴이 우리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과 같다. 웃을 일이 없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웃는 것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미소 짓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것은 내가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웃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 사랑하는 이들을 활짝 웃게 만들어주는 사람,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좋은 것이나 즐거운 것도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사람, 상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너 때문이야’라고 하기 보다는 ‘내 탓이야’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긴 인생길을 조금 더 먼저 가려고 다른 사람을 억누르기 보다는 비록 조금 더디게 갈지라도 어려워하는 이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며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받은 것들을 기억하기 보다는 못준 것들을 아쉽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절망과 아픔이 수시로 엄습하는 세상에서도 내 자신에게 지지 않고 이겨내는 사람, 긴 겨울을 이기고 마침내 꽃을 피우는 나무들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필요한 열매를 맺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삶의 기쁨과 행복, 즐거움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늘 변화를 꿈꾸지만 사소한 무관심과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이따금 불협화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고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 사랑했던 사람과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를 건네 보자. “오늘 멋있어 보이네” “오늘 옷차림이 잘 어울려”라는 말로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접근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가 소중하게 떠올렸던 그 마음, 그들로 인해 잠시나마 가졌던 그 마음을 떠올리며 미소를 선물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주변에 아름다운 사람이 많아지기를, 서로를 배려하는 웃음으로 무장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그리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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