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은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소도시다. ‘고추장’과 장류 특화 콘텐츠로만 대표되던 소도시가 최근 문화로 ‘핫’한 지역이 됐다. 재즈 페스티벌, 할미넴, 방랑싸롱 등등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들만한 다양한 행사들이 순창에서 열렸다. 사람들은 순창의 작은 카페를 중심으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에 참석하고 할머니들의 스웩넘치는 모습에 반해 순창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방랑싸롱을 운영하는 ‘장재영’씨가 있었다.

2016년은 순창에 귀촌주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실험의 싹이 튼 해였다. 2016년을 전후로 해서 치유를 컨셉으로 한 농가, 주민중심 프리마켓 ‘촌시장’등을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주민주체들이 순창으로 귀촌했다. 20년 넘게 여행업에 종사하던 서울 토박이 ‘장재영’씨도 그 중 하나였다. 장재영씨는 여행을 통해 ‘고추장’이외에는 대표 콘텐츠가 없던 작은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했고, 정착해서 작은 카페를 열었다. 그게 바로 ‘방랑싸롱’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딱히 어떤 ‘문화예술’을 해야겠다,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 정착하게 된 계기도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람들이 왜 여행을 오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1999년부터 시작했던 여행업의 경험은 장재영씨에게 큰 자산이 됐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여행이 어느 순간 과시와 자랑을 위한 콘텐츠로 변질되는 것을 보게 됐고, 여행의 경험이 피상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나의 여행의 경험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크리에이티브)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늘 고민했죠. 이전에는 전문가들도 여행을 갔다 오면 책을 발간하거나 강연을 하러 다니거나 하는 것 이외에는 여행을 통해 배웠던 것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없었어요. 너무 아쉬웠죠. 그런데 순창을 보고 ‘이렇게 매력적인 곳에 왜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품게 됐어요. 그래서 정착하게 됐습니다. 콘텐츠 하나로도 충분히 사람들이 여행을 올 수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고추장과 관련한 것 이외에도 지역콘텐츠로 건전하게 소비하고 가는 여행을 오게끔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이후 방랑싸롱을 거점으로 자체 사업 및 다양한 공모사업들이 순창에서 펼쳐졌다. ‘순창 VIBE’, ‘순창 재즈 페스티벌’, ‘청소년 독서문화캠프’, ‘인생나눔학교’, ‘청순밥상’, ‘할미넴’ 등 이전에는 순창에서 볼 수 없었던 문화행사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장류중심이나 관광객 중심의 콘텐츠가 아니라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순창만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에 재즈 페스티벌을 열었을 때 깜짝 놀랐죠. 할머니들은 흔히 요즘 유행하는 낯선 음악보다는 트로트나 이런 음악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재즈를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할머니들도 다양한 문화들을 충분히 좋아하실 수 있다는 것을요.”

초창기 뮤직 페스티벌을 꿈꾸며 카페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실험적인 재즈공연은 주민들의 다양한 음악적 수요를 확인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동시에 방랑싸롱이 지역 할머니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는 사건이기도 했다. 2018년에는 이런 활동이 곧 문화기획이라는 생각에 완주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했고, 그해 우수교육생으로 선발되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활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순창군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에 반영됐고, 또 남들이 말하는 ‘도시재생’ 사례가 되기도 했다.

지역에서 로컬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순창의 작은 마을에서 더군다나 ‘재즈’라는 낯선 콘텐츠로 지역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스토리텔링을 더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이유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장재영씨는 순창에서의 지난 경험을 통해 그 방법을 찾아냈고, 이제는 순창 관광두레 PD, 주식회사 힙컬, 조치원문화정원의 PM 등 순창의 경험을 기반으로 문화를 통해 지역과 도시를 변화시키고 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의 사례로 방랑싸롱에 대해 특강을 해달라는 의뢰가 정말 많이 들어와요. 지난 4년 반 동안의 경험으로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까지는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에는 운이 좋게도 여행으로 시작한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문화기획이 되고 그게 도 도시재생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어떤 분야로 국한해서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넘나들며 스펙트럼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 방랑싸롱은 지금처럼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자 공간과 경험을 기반이 됐으면 해요. 지금처럼 주말 저녁이면 유모차를 끌고 오고, 할머니들도 자연스럽게 재즈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요. 그리고 지난해에는 방랑싸롱에서의 교류를 통해 순창토박이 청년들의 밴드가 결성되기도 했어요. 올해부터 ‘방랑싸운드’라는 타이틀로 기획공연과 다양한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방랑싸롱은 이렇게 지역 청년들에게 다양한 문화활동을 실험해보고 기회를 열어주는 공간으로 순창에서 지속하고 싶습니다.”
/글 사진 오민정 시민기자(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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