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능력 닿는 선에서 행복하게 농사짓고 살아요. 치유농업이 목표입니다”
무주군 적상면 ‘꽃피는 산골농원’을 운영하는 김승일(60), 김화자(58)씨 부부.
김씨 부부가 자리 잡은 적상산 자락은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따스함이 감싸고 있는 명당으로 2013년부터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무주군 적상면 치목길은 경기도 파주가 고향이고 일산에서 사업을 했던 김씨 부부에게 아무 연고도 없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입버릇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면 시골에 내려가서 살자는 약속을 했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 부부가 귀촌하며 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하며 틈나는 대로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러다 우연히 들른 무주에서 자연과 교통, 입지 등 모든 조건에 반해 고민도 없이 삶의 터전이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다”고 술회했다.
전북에서 또 무주에서 김씨 부부는 농업인으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귀촌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인으로 제2인생 시작

처음 김씨 부부는 귀농이 아닌 귀촌을 목적으로 무주에 정착했는데 본인들이 매입한 밭에 있던 사과나무를 키우시던 동네 어르신께서 “내가 그동안 키우던 사과나무를 이제는 당신들이 키워봐라. 농사짓는 법은 내가 알려주겠다”라며 떠맡기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전혀 후회는 없고 오히려 농사를 시작한 것에 감사드리며 하루하루 행복한 마음으로 생활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과농사를 시작했고 5년 전 블루베리 농사에도 손을 대면서 이제는 사과나무 650주, 블루베리 500주를 키우는 소박하고 따뜻한 ‘꽃피는 산골농원’을 운영하기까지 이르렀다.
사과나무를 키우는 것에 자신이 붙자 그동안 키우던 사과나무는 베어내고 우리 품종인 아리수와 부사, 시나노골드 품종으로 새롭게 심었다고 한다.
물론, 농사를 짓는 것이 순탄하기만 할 수는 없다.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부터 두 사람은 내 가족이 바로 따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수확하겠다는 결심으로 제초제를 쓰지 않을 것과 과일의 크기를 키우는 비대제를 쓰지 않을 것, 색깔을 곱게 하는 착색제를 쓰지 않겠다는 농약 3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무주군 농업기술센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무주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농업관련 강좌는 빠짐없이 들었고 지금도 그때 배운 농사지식을 실천해오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주는 GAP인증까지 받아내 명실상부 무주군이 추진하는 강소농이 됐다.

■가공을 거쳐 6차 융복합 인증까지

김씨 부부는 이왕 농업인의 길에 들어선 만큼 1차 산업인 농사(생산)만으로는 기대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생산과 가공, 판매와 체험까지 아우르는 6차 융복합 인증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어지간해서 취득하기 어렵다는 농진청의 6차 융복합인증은 물론, 무주군 농업기술센터 강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농촌체험학습지도사자격증과 가공기능사, 다육아트기능사, 팜파티플래너자격증까지 획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2019년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강소농대전에 당당히 강소농 무주군 대표로 참가해 본인들이 키운 무농약 사과즙과 직접 키운 다육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때 얻은 자신감으로 본인들이 직접 키우고 수확한 농산물을 현재는 무농약 ‘착한 생사과즙’과 사과, 비트, 당근으로 만든 ‘ABC 주스’를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생사과즙은 암환자들로부터 주문이 많다고 한다.
ABC 주스는 고지혈증 치료를 위한 가족과 친지들의 부탁으로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주문을 하고 있다고 귀띔해 준다.

■치유농업이 궁극적 목표

김씨 부부는 현대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도시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병을 치유하는 치유농장을 꿈꾸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농산물 생산과 가공에 주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농장체험의 폭을 넓혀서 식물체험, 아동요리 등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농가체험까지 할 수 있는 체류형 민박을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머지않아 향후 5년 이내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는 김화자 씨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진다.
이들 부부에게 “‘주변의 지인들이 농촌으로 들어오겠다’면 뭐라고 얘기해 주겠느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귀농이 아닌 귀촌으로 정착했다가 귀농인이 된 경우지만 처음부터 귀농을 하려면 농사에 관한 공부는 물론이고 사전정보 등 충분한 준비 후에 귀농을 하라”고 조언해 준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 한마디 부탁하자 김씨는 “내가 노력한 만큼 자연은 배신하지 않으니, 도시속 삶의 환경들에 지쳐서 심신이 힘든 분들은 허황된 욕심만 버린다면 공기 좋고 인심도 좋은 농촌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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