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 측에서는 처벌 기준이 약하다며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기업들은 처벌 수준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달 23세 이선호씨가 일하다 사망하는 등의 사례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 이선호 씨는 평택항에서 300kg 컨테이너에 깔려 세상을 떠났다. 이 씨가 처음 해보는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현장에는 보호 장치도, 안전책임자도 없었다. 사고 업체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앞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등 입장은 없었다. 노동계에서는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노동자가 일하다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생기면,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 사건과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건 등을 계기로 법안이 마련됐다. 이 법에 저촉되면 기업 대표나 경영책임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거나 1년 이상 징역을 살아야 한다. 또 법인·기관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시행은 내년 1월부터이고, 50인 미만이 일하는 회사는 유예기간을 2년이나 더 둬서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에 산재로 사망한 사람 중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온 만큼 유예기간을 없애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5인 이하 사업장에는 해당 법률이 아예 적용되지 않아 많은 노동자가 안전 사각지대에 머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솜방망이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소 벌금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회사가 낸 벌금 평균이 450만 원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안전을 제대로 지키기보단 벌금을 내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밖에 중대재해나 경영책임자의 범위·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기업이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기업들은 이미 통과된 법만으로도 처벌 수위가 높다고 반발한다. 또 산업안전보건법과 내용이 겹쳐 이중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벌은 모든 건설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해당 법을 서둘러 강화해야 하는 것은 내 가족의 목숨이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목숨보다 중요한 사업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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