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식탁에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채식급식을 도입하는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채식급식제 배경은 육류의 유통·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곡류나 채소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채식을 늘릴 경우 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육식에 편중된 식단을 개선하는 한편, 이를 통한 먹을거리 생태 전환을 교육과정과 연계 운영해 환경운동에 동참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면서 고기 없는 식단을 학생들에게 일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는 게 과제로 주어졌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북도교육청을 비롯해 서울과 인천, 광주, 부산, 울산, 경상남도교육청 등이 채식급식 관련 정책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기후위기·환경재난 시대, 교육의 대전환을 위한 비상선언’을 통해 학교 환경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기조와 잇닿아 있다. 그 실천 단계로 채식급식을 시행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여느 지역 보다 이를 일찍이 도입했다. 지난 2011년 ‘채식의 날’ 시범학교 20곳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꾸준히 확대 운영해왔다. 2018년부터는 시범학교를 지정하는 대신 학교별 자율적으로 운영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올해는 채식 식단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채식 식재료 구입비를 지급한다. 희망학교 19곳(초등 9곳, 중등 2곳, 고등 8곳) 7248명이 대상이다. 채식의 날 주1회 운영과 함께 기존 식단에 주2회 이상 채식 메뉴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사업을 꾸렸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SOS! 그린(Green)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라 관내 학교는 자체 계획을 수립해 앞으로 월 2회 채식급식을 제공한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관내 학교 급식에 고기 없는 월요일을 격주로 실시한 데 이어 올해는 주 1회로 늘리고 채식급식선택권도 허용했다.

하지만 고기 없는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 없이 일괄 제공할 시 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구성원들 일각에선 학생들 대부분이 아침을 거르거나 저녁은 편의점에서 때우는 일이 다반사라서 점심 한끼라도 급식 열량이 높고 고기가 들어간 식단으로 짜여져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고기 대신 유제품과 생선류 등으로 단백질을 대체하고 있는데, 생선을 잘 안 먹는 학생들에게 채식급식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이 없는 식단으로 청소년기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채식급식을 안착시키려면 기본적으로 맛이 담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단지 기후위기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한다면 학생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다”며 “채식을 강조하기보다 고기가 없어도 맛있는 급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식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양질의 식자재를 이용한 급식을 제공해야 학생들이 좋은 취지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육류를 식단에서 제외해야 해 메뉴가 비교적 한정이라 학교 현장에서 영양교사와 영양사가 식단을 짜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비건(유제품·계란 등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 유형) 급식이 아닌 ‘고기 없는 급식’으로, 육고기를 콩고기로 대체하는 등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기 없는 월요일’은 영국의 팝 밴드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열린 유럽의회 토론회에서 발단이 됐다.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채식을 하자고 제안하면부서터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운동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정해은 기자 jhe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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