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어버이날인 8일 완주군 실로암요양병원에서 한 가족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이크를 통해 면회를 하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어머니, 아들 이름 한 번 불러보세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전북. 노인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노인들의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는 자녀에게 버림받고, 폭력을 당하는 노인들도 여전하다.

이에 본보는 노인문제에 대해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코로나19에 더욱 쓸쓸한 요양병원 입원 어르신

코로나19로 전면 면회금지조치가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요양병원 내 비대면 면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온전히 안아보고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노인들과 가족들은 올해도 아쉬운 어버이날을 보내고 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찾은 완주군 실로암요양병원. 어버이날을 맞아선지 병원 한쪽 면회 장소에서는 한창 ‘비대면’ 면회가 계속되고 있었다.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A할머니가 직원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고, 안내를 받아 온 가족들이 반대편 창가에 자리 잡으며 면회가 시작됐다.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한 큰 유리창 너머로 얼굴을 마주 본 가족들은 서로 손바닥을 마주대보며 안부 인사를 나눴다. 바깥을 찾은 면회인들만 볼 수 있게끔 한 켠에 게재된 면회 관련 안내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의 눈은 연신 창 너머 아들 얼굴을 살폈고, 몇 번이고 반복해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식사는 잘 하시죠?’ ‘어머니, 잘 계셨죠?’ ‘잡숫고 싶은 건 없어요?’ 소리가 잘 통하지 않아 마이크를 이용해 나누는 대화 대부분은 연신 이어지는 질문들로 구성됐다. 대개는 몸 상태나, 일상생활을 묻는 내용으로, 몇 번이고 질문을 반복하는 자녀들의 얼굴에서는 기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나왔다.

면회장 근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몇 분이 모여 앉은 채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다음으로 면회를 진행한 한 가족은 창문 너머 아버지 얼굴을 마주하고, 거듭 형제들의 이름을 불러 달라 요청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병원을 찾은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0여 분 가량. 짧은 만남이지만 이 만남을 위해 몇 시간을 달려오는 이들도 있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수도권 거주자들은 PCR 검사를 받고 음성일 때에만 면회가 허가되는데, 이런 불편까지 감수하며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는 것. 하지만 특히 건강이 약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병원 특성상, 1차 접종이 완료된 지금까지도 비대면 면회 위주로 진행되는 중이라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수시로 영상통화를 도와드리고, 또 종종 찾아오는 가족들과 비대면 면회도 진행 중이지만 가족들도 어르신들도 쉽게 닿을 수 없다보니 많이 쓸쓸해하시고, 아쉬워하신다”며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말의 경우 통상 10여 명이 면회를 신청하지만, 이날 이 병원의 경우 어버이날을 겸하고 있어 평소보다 많은 19명이 예약을 해 짧은 만남을 갖게 됐다.

병원 앞에서는 카네이션 화분과 선물, 간식 등을 들고 찾아 온 가족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막 면회를 마치고 나온 듯한 두 사람은 차에서 화분과 간식 등이 든 꾸러미를 병원 관계자에게 건네며 “어머니에게 꼭, 잘 좀 전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도내 한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김모(56)씨는 “지난해 얼굴도 못 보고 영상통화로만 소통했던 때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그래도 직접 안고 안부를 묻거나 하는 데 비할까”라며 “어머니를 모시고 가 식사라도 한 끼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실로암 요양병원 조옥희 간호부장은 “아직 코로나19 감염위험이 잔재해 있어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으신 분들 외에는 대면면회 등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 분들도 많이 아쉬워 하신다”며 “상황이 상황이고, 다들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계실 뿐 마음 속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마무리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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