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개막 5일째 접어드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190편이 넘는 상영 영화 가운데 아직 이 영화를 못 봤다면? 영화제가 추천한 특별한 영화 몇 편을 소개한다.
▲여파(김진혁 감독, 상영시간 174분)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을 다룬 영화다.  이승만 정부의 지속적인 방해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던 중, 1949년 6월 6일 친일 경찰들의 반민특위 청사 습격으로 사실상 와해되고 만다. 이후 반민특위는 역사에서 배제되고 그 후손들은 가난과 이념의 굴레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EBS 프로듀서였던 김진혁 감독이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 중 하나인 이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었을 터. 하지만 회사는 김 감독을 다른 부서로 배치시키면서 다큐 제작을 중단시킨다. 이에 회사를 나온 그는 교수가 되었지만, 5년이 지난 뒤 다시 이 이야기를 붙들게 된다.

▲언프리티 DJ(스테이시 리 감독, 상영시간 91분)

이 영화는 여름 페스티벌 시즌의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들을 통해 성 불평등을 일렉트로닉 음악 신(scene)의 관점으로 탐구한다.

음악산업 중 제작과 기술 분야에 여성 인력은 3% 미만, 세계적인 명성의 클럽 150곳의 여성 DJ 비율은 6%, 2018년 빌보드 지가 발표한 Top 100 DJ 중 여성은 고작 5명. 스테이시 리 감독은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이 미스테리한 통계에 주목하게 된다. 이 작품은 불평등한 상황 속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앨리슨 원더랜드, Sherelle, REZZ 등 재능 넘치는 여성 DJ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며, EDM 신을 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의 여성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금발머리 부부(알베르티나 카리 감독, 88분)

알베르티나 카리는 아르헨티나 마지막 군부 독재 시기에 실종된 반체제 지식인의 딸이다. 카리는 이 영화를 통해 부모님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군사 정권에 납치된 부모의 흔적을 추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한 명의 배우가 감독을 대신해 카메라 앞에서 당시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네 살이던 감독에게 일어난 실제 상황을 알아보려 한다. 이 도전은 현실과 픽션이라는 두 세계가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형식을 선보이며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과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통해 과거 재현의 불가능성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조셉(오렐 감독, 75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이다.

1939년 스페인 내전의 와중에 50만 명의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은 프랑코 독재를 피해 프랑스로 탈출했고, 이들은 국경 부근의 수용소에서 머물게 된다. 그중 한 명인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는 비루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며 2차 대전이 터지자 멕시코로 간다. 프리다 칼로의 연인이기도 했던 조셉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러스트레이터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등과 교류하며 1995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성을 얻으며 활동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 만평 작가로 활동한 감독 오렐은 어느 날 조셉 바르톨리의 작품을 접하고 받은 감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기로 결심하고 조셉의 파란만장한 삶을 데뷔작에 담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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