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빈 지방의정활동연구소장

최근 조그마한 사고가 있어 치료를 위해 매일 전주의 대형병원을 방문하고 있는데 농번기라 그런지 농작업으로 인한 사고나 농업환경으로 인한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농업은 특유의 작업환경 때문에 생겨난 재해나 질병이 많다. 골절, 근육이나 인대 파열, 접질리거나 허리, 목 디스크 파열 등의 물리적 손상뿐만 아니라, 몇 가지 특정 암이나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신경계질환 등의 질병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실제로 타 인구 집단보다 취약하다는 통계자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에서도 농업부문의 2019년 재해율(0.81)과 사망만인율(1.13)은 전체 산업 평균(재해율 0.58, 사망만인율 1.08)보다 높게 나타났고 이 통계가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를 모집단으로 하여 산출된 만큼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자영 농업인이나 영세한 농장에 근무하는 농업인의 재해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고령인구가 많은 점, 질환발생 과정의 복잡성과 누적성에 따른 재해판정의 어려움, 농작업이 농장뿐만 아니라 생활공간 전반에서 수행되는 점, 동료나 CCTV 등을 통하여 사고 순간을 확인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점 등이 타 산업 부문과 구분되는 농업 안전재해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다. 이러한 농업인들을 위해 정부는 농업인들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신체적, 재산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하여 ‘농업인 안전보험’을 정책보험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으로 낮은 급여 수준과 매년 재가입해야 하는 점 등이 농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당연 가입이 아닌 임의보험이므로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농가가 많은 것이 현실로 농업인 안전보험의 개선은 더욱 시급한 이유이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농업인 안전보험의 개선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첫째, 현재 농업인 안전보험의 모든 급여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지만 적어도 장해급여와 유족급여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이론적·실제적으로 적절하고, 해당 규정을 정비하여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연금형으로도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지를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농업 현장에는 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더라도 좀 더 높은 보장 수준을 원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장기가입보험은 ‘연금방식’ 급여의 도입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농업 부문의 인력 운용 특성상 보험가입 단위를 ‘가족형’이나 ‘농장형’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보험유형의 이러한 다양화는 근로환경 쇄신 및 농업경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셋째, 현행 규정에 따르면 ‘목록’에서 배제된 질병은 ‘농업작업안전재해’로 인정받을 수가 없는 구조로 ‘목록’에 없는 질병이 농작업에서 유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개방형 정의’의 취지를 살리고, 업무 관련성 평가를 국가기관이나 국가위탁기관에 맡기는 방안도 함께 강구하는 등 관련 규정과 체계를 단계적으로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넷째,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만큼 재해의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는데 이는 농업인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담보함은 물론, 농업인 안전보험의 재정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며, 교육, 홍보 등 재해예방을 위한 실체적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정책· 방안강구와 추후 중장기적인 공적 사회보험화 방안을 포함하여 현행 농업인 안전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안전보험의 개선방안에 더해 지자체가 보다 나은 농업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안전보험 가입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전북 순창군과 강원도 평창, 횡성군에서는 보험가입 지원 및 보험료 추가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농업인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타 지자체도 농업인들의 안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에 앞장서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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