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철 참교육희망포럼 상임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매우 안타깝다. 2019년 설치를 목표로 하였지만 여야 공방으로 아직 관련 법률조차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국의 시도교육감들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였고,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 가장 기본 적인 것, 즉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자문기구로 둘 것인지, 아니면 독립된 심의·의결기구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것조차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칫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계속 뒤로 미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을 일관된 국가 비전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요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초당적·초정권적인 독립된 국가기구 형태로 구상되었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왜 필요한가?

첫째, 교육정책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교육은 미래 세대를 길러내고 개인과 사회의 안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위정자들이 표를 의식하여 중차대한 교육정책을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졸속 결정하거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크게 요동쳐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자주 겪어왔다. 고교 평준화에서 고교 다양화로, 다시 자사고 폐지로 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이나 박근혜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사례에서처럼 집권당이 국민적 합의는커녕 교육계의 합의조차 도출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도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개혁안들이 만들어졌고, 대학입시정책은 자주 변경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대학의 서열화는 갈수록 공고히 되어 과도한 입시경쟁은 여전하며, 학생의 행복도는 OECD 꼴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사교육 시장은 비대화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나게 된 것은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교육자치 강화를 위해서 국가교육위원회는 꼭 필요하다. 교육자치의 기본 원리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확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자치는 주로 지방교육자치 차원에서만 논의되고 있는데 교육자치가 본래의 이념에 맞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과 단위학교 차원에서의 교육자치가 보장되어야한다. 이 때, 국가차원에서의 교육자치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초정권적인 국가기구를 통해 교육정책의 결정이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학교차원의 교육자치는 전북교육청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학교자치와 맥락을 같이 한다.

국가-지방-단위학교 영역에서 교육자치가 원활하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부-시·도교육청-단위학교로 이어지는 권한배분이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랜 중앙집권적 행정풍토로 그동안 정부가 권한 이양에 매우 인색하여 정책추진과 집행에 있어 교육부장관과 교육감간의 갈등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유·초·중등교육과 관련한 권한은 교육감에게 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면 중앙정부의 획일적 통제가 사라지고, 책임의 분산과 권한의 이양을 통해 각 지방과 학교의 실정에 맞는 교육 운영이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40년 가까이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조속한 설치를 간곡히 바란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