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출동로 확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꾸준히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은 남은 것 같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화재 발생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소방차가 출동할 때 시민들의 협조여부는 어떤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한 현장을 찾았다.

22일 오후 2시 전주완산소방서. 지휘차 1대를 비롯해 펌프차량 2대, 구급차량 1대, 순찰차량 1대가 정문을 나섰다. 이날 훈련 대상이 된 곳은 서부신시가지 일대의 소방 출동로. 이외에도 관내 119안전센터 4곳에서 관내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줄줄이 늘어선 소방차들은 출발 이후 큰 길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수월하게 달렸다. 신시가지 우리은행 뒤편 왕복 1차선 도로에서 갑작스레 제동이 걸렸다.

이 곳을 진입한 소방차량은 비교적 진·출입이 무난한 5톤 펌프차 였지만, 도로 양 편을 꽉 메운 불법주정차량들 틈을 뚫고 지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울리는 ‘소방차 길 터주기에 적극 참여합시다’라는 문구가 공허해지는 순간이었다. 행여 옆 차량을 긁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차량 사이를 뚫고 나가느라 운전을 맡은 소방관의 이마에도 깊은 주름이 생겼다. 간신히 차들을 뚫고 나서 한숨을 쉬기를 수차례, 뒤쪽으로 늘어선 소방차 네 대 모두가 고작 세 블록을 이동하는 데에만 10여분이 넘게 걸렸다. 불법 주정치 차량이 없었다면 2분 안팎이면 가능한 거리였다. 소방 업무 특성상 인명·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 출동’이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볼 때 말 그대로 ‘속 타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소방관은 “펌프차의 경우 5톤짜리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8톤가량 규모의 물탱크차량은 이런 길 진입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간 많은 홍보로 시민들의 인식수준도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소방 출동 시 비켜주지 않는 일부 차량들이나 불법 주정차, 아파트 내 이중주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날 만난 소방관들은 야간시간대 아파트 화재 진압 시 이중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사다리차나 굴절차 등 대형 소방차량들의 진입과 설치가 어렵다는 점도 출동 시 고충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차량들의 경우 크기도 크기이지만 단순히 진입뿐만이 아니라 양 옆을 고정시킬 ‘트리거’가 설치될 공간까지 확보돼야 하는데, 이중주차가 되어있을 경우 설치가 어려워 구조·화재 진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수 소방서장은 “재난현장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서는 시민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지금 내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소방차가 내 집, 내 가족을 향해 달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민분들께서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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