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주에 사는 시각장애인 A씨는 최근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카운터 직원 대신 터치로 작동하는 무인단말기가 대신 주문을 받으면서다. 으레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되는 키패드도 없고, 화면 어디에 무엇이 나와 있는지 등을 표시하거나, 읽어주는 도구도 없어 A씨는 결국 힘든 발길을 돌려야했다.

A씨는 “이따금 오갔던 매장인데 햄버거 하나 먹기가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며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주문을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도움 주는 사람도 하나 없어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2. 시각장애인 B씨는 서류발급을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았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당연히 점자가 설치돼 있을 줄 알았는데 카드리더기 위 ‘카드’ 표시 이외에는 점자 표식이 전무했던 탓이다.

B씨는 “아래에 키패드가 있긴 하지만 손을 어디다 대고 돈은 어디로 내는지 몰라 한참 고생했다”며 “결국 공무원에게 부탁해 해결은 했지만, 요즘처럼 무인기기가 늘어나는 때 관공서에서까지 장애인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최근 다수 보급되고 있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 무인화 장치 대다수가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무인화 장치 보급 역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19일 찾은 전주시 완산구청. 민원실 한쪽에 ‘무인민원발급창구’라고 쓰인 작은 공간이 눈에 띄었다. 안쪽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는 이날 찾은 타 공공기관에 설치돼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폐나 동전 투입구, 지문 인식기와 증명서 발행구 등 ‘카드 리더기’를 제외한 다른 곳에는 점자 등 장애인을 위한 안내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키오스크가 설치된 일반 가게들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이날 찾은 키오스크 설치 점포 10여곳에서는 점자는커녕 화면의 어느 위치에 무엇이 위치해 있는지 표시하는 기능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시각장애인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들의 경우 키오스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 일쑤다. 시야가 닿는 곳에 모든 정보가 위치해있지도 않을뿐더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버튼이 위치한 경우도 부기지수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 이용하고 있는 무인민원발급기의 경우 아래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기 때문에 막상 이용하기조차 어려운 환경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전주지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취약해 더욱이 바깥에 나오기 쉽지 않은 장애인들은 최근 비대면문화 확산으로 더욱 행동범위가 위축되고 있다”며 “공적 영역인 관공서부터라도 앞장서 이런 기기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사기업 등에서도 이에 발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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