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실시한 ‘2020 도민인권실태조사’에 대한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전북도는 지난해 8∼12월 도내 읍면동 주민센터 243곳의 보행 접근로와 주차장, 출입문, 복도, 계단, 화장실, 임산부휴게실 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친화 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실태조사 점검은 12개 영역에서 53개 지표에 따라 진행됐다.

그 결과 전체 243곳 중 임산부휴게실은 2곳(1%), 화장실 6곳(2%), 건물 경사로 9곳(4%), 승강기 27곳(11%), 출입구·피난시설 30곳(12%) 등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주차장은 76곳(31%), 계단 43곳(18%) 등 인권친화 시설로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노후화된 시설이 많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염경형 도 인권담당관은 “실태조사 결과를 각 시군에 공유해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의 개·보수 또는 신축 시 개선사항 반영 등 부적합시설이 인권친화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민들의 이용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 인권도시 전북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도민인권실태조사가 인권개선을 위한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혈세만 낭비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도가 발표한 ‘도민인권실태조사’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도 인권담당관실에서 진행한 ‘인권친화적 시설 실태조사’와 동일하다.

문제는 이 당시 지적됐던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은 채 또다시 같은 명목으로 4000만원의 혈세를 투입해 용역이 진행됐다.

지난 2019년 실태점검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한 인권담당관실은 즉시 전북도 인권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이후 전북도지사는 위원회 결정에 공감하며 해당 시군에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행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 보니, 시설 개선은 미비한 상황. 

실제 2019년 실태점검에서 시설 개선 권고를 받은 해당 시군에서는 권고 이행 계획서와 점검결과만 제출했을 뿐, 인권친화적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도는 다시 실태조사를 벌여 발표를 진행했고, 이날 역시 시설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대안 대신 모니터링 실시,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놔 보여주기식 행정의 단면을 드러냈다.

이에 염겸형 인권담당관은 “지난 2019년 실시한 표본조사가 진행됐을 당시 상당히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데, 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하는 사항에는 강제력이 없다”며 “이번에는 전체 시설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함으로써 개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권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공공시설 개선사항 권고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의제를 삼아 의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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