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단속’ 아닙니다. ‘암행순찰차’라고 불러주세요”

1일 오전, 전주시 용정동 한국도로공사 인근 번영로. 단속을 시작하자마자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 떨어진 싱크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것 하나쯤’ 고정하지 않았던 녀석이 어떤 영문엔지 땅바닥을 나뒹군 것이다. 왕복 10차선, 넓은 도로 위로 속도를 내 달리던 차들은 뜬금없이 등장한 장애물을 피해 지나가야 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던 모양이지만, 철제 집기의 무게를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를 싣고 가던 업자들은 트럭을 갓길 한 켠에 세워둔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교통경찰들이 이 현장을 지나칠 수 있을 리 없다. 잠시 멈춰 선 암행순찰차 탑승 경찰관들은 경광등을 이용해 차들을 우회시키는 한편, 집기를 옮기는 일에도 손을 보탰다. 끝난 듯 보여도 아직 마무리 할 일은 남아있었다. 짐칸에 실린 물건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으니, 적용된 것은 ‘적재물 추락방지 조치 위반’. 업자들은 ‘상품이 땅에 떨어져 금전적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읍소했지만, 결국 ‘범칙금 4만원에 벌점 15점’이 부과됐다.

현장을 떠난 암행순찰차는 전북대 인근으로 향했다. 이날 목표로 한 주요 단속대상은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 등 주요 교통법규 위반사례와 인도 등을 주행하는 배달오토바이 등이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배달 수요가 늘며 오토바이들이 신호위반 등을 일삼거나, 인도 주행 등으로 보행자들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어난 까닭이다.

전북대 인근 도로로 들어서자마자 신호를 위반해 ‘쌩~’ 달려간 배달오토바이가 채증 하던 경찰의 캠코더 카메라에 포착됐다. 골목으로 들어선 오토바이는 얼마 안 가 추적에 나선 암행순찰차에 붙들렸다. 인도로 주행하다 잠시 신호등 앞에 멈춰서 있던 오토바이 탑승자들도 덜미를 잡혔다.

이날부터 암행순찰차는 일반도로에서도 본격 단속에 들어간다. 먼저 전주 외곽도로와 전주시내가 대상이다. 이후 1급서가 있는 지역에서 2~3급서가 있는 지역까지 차츰 활동 범위를 늘려나갈 계획이라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암행단속 경찰관의 고충도 있다. 법규위반을 목격해 정지요청을 하더라도 응하지 않고 꽁무니를 빼는 차량 뿐 아니라 ‘사정이 있었다’며 통사정 하는 운전자나 ‘함정단속 아니냐’며 되레 따지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단속에 나섰던 전북경찰청 암행순찰팀 박명식 경위는 “암행순찰차는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언제 어디서나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단속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운행되고 있다”며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교통법규를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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