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같지 않은 파리 ‘동애등에’

오피니언l승인2021.03.23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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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호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은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교육받은 법과 규범을 버리고 야만의 광기를 선택하는 소설 속 소년들의 모습에서 섬찟함을 느끼게 된다.

소년들이 사냥한 돼지머리에 자리잡은 파리떼는 '파리대왕'이라는 용어로 정의되면서 인류의 반문명성과 폭력성을 간접적으로 웅변하고 있는데, 그만큼 파리에 대한 인간의 반감이 크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굳이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볼 때 파리는 결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사람에게 장티푸스나 파라티푸스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주범이기에 파리는 항상 박멸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파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하는 연구결과가 소개되어 흥미를 끌고 있다.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 이야기다.

동애등에는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으로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물이 많고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식문화로 다른 나라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폐기물 중 음식물 쓰레기가 29%를 차지하며, 하루에 발생하는 양도 15,900여톤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최근 동애등에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애등에는 애벌레 시기에만 먹이 활동을 하며, 성충은 전염병 매개를 하지 않아 대표적인 환경정화 곤충으로 분류되는데, 애벌레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동애등에 애벌레 1마리가 10일간 약 2~3g의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동애등에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배설하는 분변토는 훌륭한 비료로 활용이 가능하며, 100kg의 음식물 쓰레기는 동애등에에 의해 50kg의 비료로 탈바꿈된다.

최근에는 동애등에를 가축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동애등에 유충은 영양분이 풍부해 사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 균형잡힌 필수 아미노산과 조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메티오닌, 라이신 등의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 뿐 아니라, 면역물질로 알려진 라우릭산이 많게는 50%까지 함유되어 있다.
동애등에 유충은 이러한 영양학적 가치로 현재 사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어분을 대체할 수 있다.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는 어분은 특히 수산 양식에서 수요가 매우 큰데, 최근 어분 자원의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곤충 단백질이 주목받고 있다.

곤충사료가 배합사료의 0.5% 수준을 대체할 경우, 사료 곤충의 시장규모는 510억원 수준까지도 성장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물고기와 작물을 함께 길러 수확하는 순환경제 모델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에 동애등에를 사료로 적용하는 연구가 착수되어 그 결과가 기대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비료, 사료 사용 외에도 지방산이 풍부한 동애등에 유충 추출 오일은 가축의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제 ‘동애등에’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자원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혐오의 대상이었던 파리 구더기가 이제는 환경 보존과 자원 선순환에 기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산업기반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자가 되고 있다. ‘파리 같지 않은 파리’ 동애등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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