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천천히, 기본에 충실하자

엄정규 기자l승인2021.03.1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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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오게 된다. /만화 <미생> 중에서

젊은 열정과 패기를 가진 사람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실수는 너무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실수라고 하는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체조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소머'는 젊은 체조 선수들에게 먼저 두 가지를 요청한다고 합니다.

첫째, 천천히 하라. 둘째,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 의욕이 넘치는 어린 선수들이 훈련과정에서 정해진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훈련을 치르려고 하면 십중팔구 부상을 당하게 마련입니다.

인간의 육체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훈련으로 혹사당한 몸은 반드시 그 피로를 풀어줘야 다음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은 당장 멋지고 화려한 공중회전에 도전하고픈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가 다져지지 않은 선수가 무리한 기술을 시도하다 실패했을 때 어떤 대참사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쉬운 것부터 천천히 수련하는 선수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벽을 깨고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는듯한 느낌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람의 인생 행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에, 직선으로 달려가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길게 돌아가는 길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보 스켐베클러는 21년간 승률 8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전설적인 미시간 대 풋볼 감독이었다.

2005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모든 매체마다 그의 죽음을 대서특필했고 미 전역에 애도의 물결이 넘쳐났다.

그를 이렇게까지 존경했던 이유는 단순히 기록과 좋은 성적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관을 삶 속에서 그대로 실천했던 지도자였기 때문이였다.

보 감독이 승승장구하자 다른 팀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제의했지만 모두 거절했던 것은 자신은 연봉보다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수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평소 신념 때문이었다.

선수들도 이러한 감독을 신뢰했고 그의 가치관을 믿고 따랐기에 21년간 그의 팀은 언제나 최강이었고 결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그가 이런 대단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기본기에 충실하라’ 는데 있었다.보 감독은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최고의 팀을 이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최고의 팀이란 유명한 선수가 많은 팀이 아니라,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선수가 많은 팀이었다.

그는 풋볼에서 가장 기본기인 블로킹과 태클만 제대로 터득한다면, 다른 것은 볼 것이 없다며 언제나 화려하고 복잡한 전략 대신 단순한 원칙 안에서 코치했는데도 팀에게는 언제나 승리를 안겨주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가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렇게 어려울수록 나는 새삼 “기본기에 미치라”는 보 감독 말이 새롭게 새겨보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기본기보다는 기교나 잔꾀, 요행을 더 부리려고 한다.

우리들의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대충 대충한 채, 눈에 보이는 일에만 신경 쓰다 보니 당장 눈앞에선 뭔가가 보이는듯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삶은 더 꼬여 들었다.

인생엔 왕도가 없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떤 방식을 통하든 진정한 성취는 기대할 수 없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자연스런 법칙이 나오고 기술이 나와 기쁨의 열매를 거두게 되는 법이다.
/고강영 한국문인협회장수지부장

 


엄정규 기자  crazycock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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