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및 저소득층 등에게 지원하는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안내해드립니다”.
전주에 사는 A씨(61)는 지난 4일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자칫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A씨는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상담원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심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자신이 상담한 번호가 정말 금융기관의 번호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114로 전화를 걸었고, 자신이 알아봤던 금융기관 전화번호에서도 ‘상담하신 내용이 맞다’, ‘그렇게 진행하시면 된다’고 확인까지 해 줬다.
그러나 A씨의 이같은 통화는 이미 ‘전화번호 가로채기 어플’에 노출된 상태였다.
상담을 마친 직후 A씨는 전화 한 통을 더 받았다. 상대방은 ‘거래를 위반했다’ 며 A씨를 위협했다. 2년 안에는 대환을 할 수 없는데 시도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대환대출을 할 수 없도록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해 둔 상태”라며 “계좌가 정지돼 가상계좌 지급이 어려우니 수동으로라도 대출을 갚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보이스피싱 일당의 전화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몇 번이고 114를 통해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등 노력도 해봤지만, 이미 ‘원격조종’ 상태였던 A씨의 핸드폰은 금융기관이나 금융감독원 등에 전화를 거는 족족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연결됐다.
자신의 전화기가 해킹됐다는 점을 모르는 A씨는 현금 5500여만 원을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넘겨줬고, 조직원은 A씨에게 고객번호까지 쓰인 완납증명서를 건낼 정도로 치밀함도 보였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며 또 한 번 A씨를 속이려 들다 반복되는 정황을 수상히 여긴 A씨가 따지자 줄행랑을 쳤다.
A씨는 “그 직후 다시 기존 대출 은행 등에 전화를 걸어봤더니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빨리 이 사람들이 잡혀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 역시 조금이라도 피해 회복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상환증명서를 확인받는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을 함께 보여주면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가 전부 노출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피해도 우려돼 노심초사하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는 전형적인 ‘대환대출’ 유형의 보이스피싱으로, 전체적인 범죄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A씨의 피해접수를 받은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재 CCTV 등을 토대로 A씨에게서 돈을 받아간 현금 수거책을 추적하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현재 수사 중인 사항으로, 조속한 시일 내 붙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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