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내장사가 1900년대 이후 세 번째 수난을 겪고 있다. 화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내장사 대웅전이 소속 승려의 방화로 소실됐다는 이야기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불교계는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운하게 해서 불 질렀다’

7일 전북소방본부와 전북경찰에 따르면 오후 6시 40분께 정읍 내장산 내장사 대웅전이 방화로 불이 나 전소됐다.

이 불로 내장사의 대웅전은 잿더미로 변했고,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승려 A씨(53)는 현재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불을 지른 뒤 직접 경찰에 화재를 신고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불교조계종파 승려인 A씨는 소위 ‘기도 스님’으로 지난 1월부터 내장사에 들어와 생활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이 과정에서 빚은 마찰 등으로 불만을 쌓다 끝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를 파악 중에 있다.

이날 경찰은 A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날 오후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1900년대 이래 3차례…내장사의 화(火)난

정읍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창건한 영은사 자리에 위치해 있다.

현재 내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고창 선운사가 관장하고 있는 말사다.

말사는 교구의 본사에 딸린 작은 절을 이르는 말이다.

1900년대 이후 내장사는 3차례나 소실되는 수난을 겪었다.

1592년(선조 25) 내장사는 임진왜란 당시 소실돼 인조 17년인 1639년 개축됐다가 1938년 매곡선사가 대웅전을 보수하는 등 신축됐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내장사는 다시 불 타버렸고, 지난 1958년 중건된 대웅전은 지난 2012년 10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다시 잿더미가 돼 버렸다.

지금의 대웅전은 소실된 대웅전 옛터에 시비 등 25억여 원을 들여 지난 2015년 6월 재건된 건물이지만, 승려의 방화로 인해 또 다시 화마에 휩싸였다.

▲“충격과 당혹감 안겨”… 철저 조사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종단 소속 승려가 대웅전에 고의를 불을 지른 것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며 “반드시 종단 내부 규율인 종헌종법에서 정한 최고 수위의 징계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장사를 관장하는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출가수행자들에겐 수행의 근본이자 지역민들에겐 정신적 위안처였던 대웅전이 또 다시 화마에 휩싸이게 되었다”며 “화재가 발생한 배경이 사찰 내부 대중의 방화로 알려져 국민과 불자님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교구를 관장하고 있는 선운사는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비통한 마음으로 참회를 드린다”면서도 “이번 방화사건이 발생하게 된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찰의 유지관리에 대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김용 기자·km4966@ 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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