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저희가 지키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관련기사 4면>

천년고찰 내장사 대웅전이 지난 5일 오후 화재로 잿더미로 변했다. 이날 사찰 측과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6일 오전 8시께 찾은 정읍시 내장사. 경내로 들어섰을 때 정면에서 사람들을 맞던 대웅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웅전이 있던 자리에는 뼈대조차 남지 못한 잿더미만이 남아있었다. 까맣게 타 엉망으로 무너진 잔해에서 간간히 연기가 흩날렸다. 전날 화재의 흔적은 대웅전 뒤편의 산 위쪽 높은 곳까지 일부 남아있는 채였다.

건물을 지을 적 사람들의 소망을 적어 올린 기와들도 산산이 부서진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등산을 위해, 혹은 비보를 듣고 달려온 방문객들의 탄식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이른 시간부터 경내를 찾은 시민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잔해들을 바라보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남성은 “몇 해 전 대웅전을 다시 짓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다시 불탄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건물이 이렇게 된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한숨지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인근 사찰 관계자들도 불타버린 건물을 보며 연신 탄식소리를 냈다.

인근 절에 머무르고 있다던 한 시민은 “내장사 대웅전은 많은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다시 올린 건물인데, 하물며 기도를 하는 스님이 불을 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대웅전 안쪽에는 으레 사람들의 소망을 많이들 모신다. 저 기와들 뿐 아니라 안에 있던 부처님, 그리고 사람들의 소원도 전부 잿더미가 된 것을 보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내장사 관계자들도 경내를 찾은 시민들을 응대하며 자꾸만 눈시울을 붉혔다. 내장사 주지승을 비롯한 소속 승려들은 정신적 충격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내장사 대웅전에서 난 불로 소방서 추산 17억8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경찰은 승려 A씨(53)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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