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만 5000여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사망한 여성 노동자를 추도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UN은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1977년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8년 양성평등 기본법 개정을 통해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올해 113회를 맞은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의 권리를 생각하는 국제 기념일이자, 여성의 사회적 권리 향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라북도 여성 노동 현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여성의 고용률은 4.6%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남성과의 고용률 차이는 불과 4.7% 감소했을 뿐이었다.

여성노동자 평균 임금은 남성의 67.8%로 성별 임금격차 역시 좁혀지지 않았으며,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5%로 남성(29.4%)에 비해 15.6%p 높았다.

전북 여성고용률은 전국 평균(56.7%)보다 2.6%p 높은 59.3%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이 71.3%, 여성이 51.6% 비율로 19.7%p의 성별 격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고용이 늘어난다고 해서 여성의 불평등까지 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 일터에 있는 여성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전북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노동자회 노동상담은 총 867건이다.

이 가운데 모성권 상담이 301건, 근로조건상담 472건, 성희롱·성차별 상담이 94건을 차지했다.

이 중 임금과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임금체불’ 내용이 가장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사업장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회사에서 1순위로 정리해고 되거나, 2개월 이상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여성들에게 유독 자주 발생했다는 게 여성노동자회의 설명이다.

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여성 노동이 부르짖는 내용 중 하나가 ‘생계’에는 성별이 없다는 것이다”며 “그런데 남성만 생계부양자로 생각하고 여성이 버는 돈은 ‘과자값’이라고 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돌봄’이나 ‘가사일’이 주가 된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코로나19로 전북을 비롯해 전국적에서 돌봄 대란이 있었을 때 육아는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됐고, 1순위 해고자 역시 여성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또 전북은 뚜렷한 ‘여성노동정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출산 정책은 많지만 육아 돌봄, 여성 노동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연차’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다.

문제는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이 100%를 차지한다고 할 수 없지만 8~90%가 여성이 구성원이다.

이 관계자는 “도내 5인 미만 사업장 또는 비정규직, 낮은 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여성들”이라며 “마치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성 특화 직종처럼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요양보호사들의 경우 병원 운영이 안되면 작년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해서 임금을 받기도 하고, 휴게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우리는?
전북도 여성 노동권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 지원프로그램 ▲여성취업인식전환 교육 및 기업체트워크 구축사업 ▲기업체 정규직 정착을 위한 새일 여성 인턴 지원 등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해 전북 여성인권영화제 등도 열어 여성인권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양성평등 및 성별영향평가 교육도 실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지역성평등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전북의 성평등 종합순위는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정책영역별로 '성평등 사회참여' 영역은 68점으로 전국 10위, '여성 인권·복지' 영역 87.3점으로 전국 4위, '성평등 의식·문화' 영역 71.4점 전국 16위 수준이었다.

현재 전북지역은 여성 일자리 다수가 비정규직, 계약직 등으로 불안정하고, 고용 성차별 해결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도정 성주류화 강화 및 정책 확대, 관리직 여성공무원 임용 목표제, 각종 위원회 여성 비율 50% 확보 등 조금 더 다양한 움직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여성 단체들은 3월 8일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시내 곳곳에서 여성의 노동권 등 권익 증진을 위한 소규모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여성주의 학교, 기림의 날 행사 등도 준비하고 있다.

5월 18일에는 임금 차별 타파의 날 행사를 추진해 여성 노동자의 삶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을 위한 날’이라기 보다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는 날이라고 얘기하고 싶다”며 “여성의 불평등은 사회구조는 결국 인류 전체의 문제이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의제다. 이러한 움직임을 못마땅하게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함께 공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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