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진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농업연구사

돼지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필자는 삼겹살 구이, 돼지고기 김치찌개, 양념갈비, 수육 등 다양한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른다.
대부분 돼지를 생각하면 음식들이 떠오를 것이다. 3월 3일 삼겹살 데이를 맞이하여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다양하게 도움을 주고 있는 돼지를 소개하려 한다.

첫번째로, 돼지는 사람에게 이식 가능한 이종장기 최우선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2019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40,243명, 기증자는 4,354명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했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가축을 이용한 이종장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장기 연구에 돼지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 장기와 크기나 기능이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람, 소, 양, 돼지 심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판막에 대한 장기이식이 가장 적합한 동물이 돼지 판막이라고 연구가 되었으며, 형질전환이나 감염 관리 등에서 조절이 용이하다고 한다.

돼지는 한 번에 12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고, 개체 수가 많으며 사육하기 좋은 장점도 가졌다. 또한, 돼지 췌장에서 추출한 소화효소를 정제한 것으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등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둘째로 돼지는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피부 미용을 생각한다면 ‘콜라겐!’이 바로 연상이 될 것이다. 어느 홈쇼핑에서는 돼지콜라겐 마스크 팩이 매진되기도 했고, 콜라겐 젤리와 약도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안(童顔)으로 대중매체를 탄 일반인은 피부가 좋은 비결로 돼지껍질을 얼굴 팩으로 이용한다고 공개한 바도 있다.

또한, 우리가 사는 화장품 뒷면에는 성분표가 있는데,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다. 엘라스틴, 케라틴, 라드 등이 돼지에서 유래된 성분이다.
콜라겐의 화장품 이용 및 식품 섭취가 피부에 작용하는 효과 및 기전은 가공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돼지의 성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돼지는 사랑스런 반려동물이다. 애완용으로 알려진 소형돼지인 미니피그의 분양 수요가 꾸준하다.

발터 크래머가 저술한 「상식의 오류사전」에 따르면 돼지의 지능(IQ)은  75∼85 정도로 3∼4세 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고 한다.
돼지가 의외로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깔끔한 동물이란 말이 떠오른다. 훈련을 한다면 반려견과 비슷하게 몇 가지 동작을 수행하고 산책도 시킬 수 있다.

후한서(後漢書)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 읍루인은 돼지 기르기를 좋아하며 그 고기는 먹고 가죽은 옷을 만들어 입는다고 한다.

또한, 겨울에는 돼지기름을 몸에 발라서 바람과 추위를 막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돼지를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해 온 역사가 꽤 길다.
의료용으로, 화장품으로, 반려동물로 점차 활용 범위를 넓히는 가축, 돼지가 새삼 더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도 우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돼지는 소중한 사람들과 식탁에서 함께 먹는 돼지고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고기 소비량 부동의 1위인 돼지고기. 삼겹살 데이를 핑계 삼아 푸짐한 한 끼를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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