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전북대학교에서 2020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졸업자들과 이를 축하해주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해지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1. 전북대학교 구정문에서 식당 겸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22일 난감한 일을 겪었다. 이날 점심시간대 졸업을 축하하려는 7~8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 닥치면서다. A씨는 ‘4명까지만 들어올 수 있다’고 부탁했지만, ‘졸업식인데 봐주세요’. ‘확진자도 없는데 너무하다’며 항의성 핀잔을 감수해야만 했다.

#2. 전주시 삼천동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손님 여럿이 들어와 ‘다섯 분 이상은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더니, 대뜸 ‘나눠서 앉으면 되지 않느냐’, ‘저 사람들은 일행이 아니냐’며 따지고 들기 시작한 것이다.

B씨는 “꼬투리를 잡고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고객들도 있고, 또 받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고 한 소리 하는 사람들도 있어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며 “실제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1.5단계 하향 이후 따뜻해진 날씨와 졸업시즌을 맞아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무색케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께 찾은 전북대학교. 이날 진행된 졸업식으로 교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적였다. 가족들과 꽃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다수는 3, 4명 정도가 모여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일부는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7~8명까지 모여 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자주 목격됐다. 우르르 몰려 간 이들은 자연스럽게 학교 인근 식당가로 향했다. 몇몇 식당 앞에서는 입장 전 ‘누가 누구와 앉을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 있어 코로나19 방역수칙은 먼 나라인 듯했다.

인근을 지나던 박모(22)씨는 “오늘 아니면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을 테니 많이들 몰린 것 같다”며 “5명이상 모이지 말라고 해도 이런 날에는 귀기울여듣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0시께 찾은 전주서부신시가지에서도 다섯 명 이상이 모인 채 들어설 술집을 찾아다니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A씨 사례처럼 자영업자들 역시 손님맞이와 방역지침 준수, 그리고 민원 관련 시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의 경우 1.5단계 시행 이후 5인 이상 집합금지와 관련, 현재까지 22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장 적발이 쉽지 않고, 입장 시 작성하는 수기 명부도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역 내 감염이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니만큼 시민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직계가족 이외의 5인 이상 모임은 잠시 지양해 줄 것”을 당부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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