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 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한국에서는 스피노자가 한 말로 알려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신원 미상의 독일 격언이 있다.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인간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희망을 가지겠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왜 하필 사과나무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지구 종말이라는 단어는 허황되고 우리와는 먼 단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진짜 지구 종말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뜨거운 여름과 너무나 추운 겨울, 사라져가는 봄과 가을, 미세먼지로 인한 뿌연 하늘과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한 코로나 위기, 코로나로 인해 생긴 우울증을 칭하는 코로나블루(Corona Blue) 등 지금 인류는 매서운 한파를 겪고 있다. 이와 반대로 자연은 코로나로 인해 숨어버린 인간을 대신해 자신의 원래 자리를 되찾고 싶은 듯 꿈틀거리고 있다. 인류는 이제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전북도에서는 기후변화와 대량멸종, 불평등을 일으킨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고 친환경적인 첨단기술과 인간다움이 교차하는 지속가능한 생태문명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신년사에서 송하진 도지사는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성장과 발전만 지향하던 산업화 시대의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문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위기와 희망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서 더 나은 도시, 생태문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에는 도시숲이 있다. 도심의 숲은 대기 온도를 3~7℃ 낮추고, 나무 한 그루는 연간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 온난화를 늦추며 성인 7명이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또한 나무 한그루는 1년에 에스프레소 1잔(30mL)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하여 대기환경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준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증상을 18.7%를 낮춰 정서 안정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고 우울증이 심해지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도심 속의 자연, 도시숲이다. 전북도에서는 이러한 도시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시 녹색 생태계 회복과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시 바람길숲, 미세먼지 차단숲, 자녀안심 그린숲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숲 조성에 2025년까지 1,91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진정한 생태문명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 재생에너지 개발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정책이 함께 시행되어야 하겠지만, 자연과 조화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우선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미래도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천년전북, 아름다운 생명의 삶터에 생태문명이 활짝 꽃피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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