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 부부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추가로 확보됐다.

전라북도경찰청은 숨진 영아의 부모인 A씨(24)·B씨(22)를 살인 및 아동학대중상해·아동학대치상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월 초순부터 7일까지 거주 중이던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침대에 집어던지는 등 7차례에 걸쳐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A씨 등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됐으나, 부부의 핸드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그 이전에도 폭행이 있었다는 진술, 아이가 이상증세를 보였을 때 병원에 갔다면 장애가 남았을지언정 숨지지 않았으리라는 전문의 소견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9일 오후 11시 58분께 ‘아이가 의식이 없다’며 스스로 119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신고 당시 이들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이는 결국 숨졌다.

처음 부부는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아이의 얼굴에 남아있던 멍 등을 발견해 이들을 긴급체포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어진 경찰의 추궁에 이들은 ‘몇 차례 때린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일부 범행만을 시인했던 이들은 ‘이 같은 상흔은 단순히 손으로 때려서는 나타날 수 없고, 크게 부딪히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발생했을 수 있다’는 부검의 의견 등을 토대로 이어진 조사에서 ‘침대에 아이를 집어던진 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의 소견 등에 근거해 신고당시 아이가 이미 숨진 상태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부는 폭행 뒤 아이가 분유를 토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음에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 구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아이가 한창 이상증세를 보이던 숨진 당일 오후 3시께 A씨는 ‘용인 이모 집에서 사망한 아이 사건’, ‘멍 빨리 없애는 법’을, B씨는 ‘기형아’, ‘장애아동 증상’ 등을 각각 휴대폰으로 검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에 더해 지난해 2월 큰아이(당시 2개월)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의 이력 등을 볼 때 이번에 학대가 발각될 경우 중벌을 받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처벌을 두려워한 부모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가 숨지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서로에게 범죄사실을 미루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송희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아이가 사망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아이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며 “20대 초반의 부부가 부모가 될 준비가 전혀 되지 않고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남편 A씨는 큰아이를 학대한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죄를 선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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