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일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지난 2019년 5월, 전북연구원 내에 전북학연구센터가 둥지를 틀었다.  전북학연구센터는 전라북도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전북학 연구의 이론적‧학문적 배경을 마련하고, 지역학 연구를 통해 우리 지역을 심도있게 조명하는 것이다.

인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추진 동력을 언제나 과거에서 찾아냈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과오를 개선하고, 더 나은 점을 계승하여 역사의 지평을 넓히고 수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전북학 역시 이러한 과정과 다르지 않다. 과거의 것을 발굴‧집적‧보존하고 현재 맥락에서 재구성하여 미래를 전망해야 할 명제들을 추출한다. 역사와 문화를 중심축에 두고 출발하여 점차 정치와 사회 등을 통해 종합적인 시각을 확장해 나간다. 전북에 대한 총체적 이해는 우리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며 이를 다시 성장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전북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다.

전북의 역사‧문화 자원은 다른 지역에 비해 풍부하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사업의 다양성 또한 차별성이 있다. 예컨대, 2021년 문화재청의 문화재 야행 사업에 전국 42개 중 6개가 선정됐고, 다른 사업도 다수 선정 사례를 차지해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17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전북은 2019년에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동학농민혁명의 본향이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미륵사지를 비롯한 백제유적지구, 무성서원, 그리고 조만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전북가야 등을 보유하고 있어 가시적인 전북학 자산이 점차 종횡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 한국 최고(最古)의 수리시설인 벽골제와 후삼국 시대를 열었던 후백제의 중심 지역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라감영으로 대표되는 전라도의 수부(首府)인 전북, 특히 전주는 조선시대 3대 도시라 각광받았고 전라도는 전체 세금의 거의 반을 납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곳이었다. 그 영향으로 우리 지역 사람들은 판소리와 서예, 완판본 등 찬란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었다. 정치 경제 역사 문화를 아우르며 최고와 최초, 중심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추출할 수 있고, 변별에도 능한 자산들이 참으로 많다. 

이러한 자산들은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나아가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에서 기치로 내걸었던 제폭구민(除暴救民)과 보국안민(輔國安民)은 그 명맥이 3‧1운동, 4‧19, 5‧18, 6월 민주항쟁, 촛불까지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고, 폐정개혁안은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가히 혁신적인 사상이었다. 이러한 혁신이라는 테마는 우리 전라북도가 역점 사업의 토양이 되고 있다. 찬란한 전북의 문화유산은 4차 산업의 토대이자 발전을 위한 콘텐츠로 그 힘을 응축하고 있다. 벽골제로 상징되는 농업은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밸리 구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가야 제철유적은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학은 단순히 과거 속 멈춘 담론이 아니다. 생생히 숨쉬며 살아있는 것이다. 전북 미래 자원을 확보하고, 전북 몫을 찾는 이론적 토대로 그 쓰임이 무궁무진하다. 우리 자존감을 제고하고 정체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미래발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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