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배노조가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택배 분류작업의 책임 소재를 놓고 택배사와의 갈등을 빚어 왔다. 다행히 설 명절을 앞두고 양측은 분류작업 등 과로사 방지 대책에 합의하면서 사회적 합의로 매듭지은 것은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

하지만 오는 17일 재개되는 2차 합의기구 논의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택배사가 분류 작업을 맡고 기사가 할 때는 비용을 지급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추가 투입 인원 규모를 놓고 노사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른바 ‘백마진’ 관행 개선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택배 가격을 올려도 현재의 택배 거래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택배 계약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나 원청인 택배사가 택배기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마진’은 택배 대리점이나 택배기사가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로 택배업계에서는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현재 택배비에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을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가 나눠 갖는 것 외에 ‘백마진’까지 포함돼 있다.

소비자는 택배회사에 택배비로 2500원을 낸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쇼핑몰이 중간에서 500~800원을 취하고 1700~2000원을 택배사와 대리점, 기사, 트레일러, 도급사 등이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매년 설과 추석 연휴엔 평소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택배 물량이 쏟아진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고향을 직접 찾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택배량은 평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부는 올해 택배 물량이 평소 대비 최소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택배 종사자 16명이 과로로 숨졌다. 업무가 폭증하면서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조차 갖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과로가 초래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 사회는 이를 방치했다.

사람이 계속해서 죽어나가도 방치했던 시간은 우리 사회의 감수성과 대응 역량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지난 1년여를 꼬박 보내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는 경각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일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실천되도록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조속히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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