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한 아이가 보호자에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출생신고가 안 돼 있었고, 이에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도 못 받았단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사각지대를 점검하지 못하는 사이 이름 없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의 친모는 전 남편과 이혼 절차가 끝나지 않아 동거남과의 아이를 출생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동거남과 별거하게 되면서 또 다시 출생신고를 미뤘다.

별거하던 동거남이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결혼한 사이가 아닌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친모만 신고를 할 수 있어 아이는 계속 미등록 아이로 남았었다. 결국 이 아이는 살해당한 채 발견됐고, 사망증명서에 '무명'으로 남았다. 또 지난해 11월 여수에서도 냉장고에서 영아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이 영아 역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미등록 아동은 국내에 최소 8000명, 최대 2만 명 정도 있는 걸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는 가족관계등록법상 친부모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부모가 자발적으로 자녀의 출생신고를 안 하면 정부에서는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될 뿐이다. 미등록 아동은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돼 국가의 지원을 전혀 못 받는다.

세상에 존재가 지워진 이 아이들은 정부와 사회의 보호도 받지 못해 끔찍한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친부모가 신고해야만 정부가 출생 사실을 아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출생신고제'를 '출생통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전문가들 역시 '출생통보제' 도입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진이 나라에 바로 알리는 방식이다. 정부도 2019년부터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이를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진척이 없다.

앞으로 관련 논의가 어떻게 발전해, 언제 출생통보제 도입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 그 동안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진 아이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또한 안타까운 소식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시점에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보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는 더 이상 개도국이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당장 출생통보제를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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