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등교수업감소로 지난해 학교폭력이 전년에 줄었지만 온라인이나 학교 밖 공간에서의 가해사례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지난해 9~10월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8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2020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은 전체의 1.3%인 1123명이었다. 이는 전년의 2.0%인 2169명보다 0.9%포인트가 감소한 수치로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우도 전년의 5.1%인 5645명보다 1.7%포인트 줄어든 3046명(3.4%)이었다.
하지만 2019년 8.3%였던 사이버 폭력이 지난해 11.8%로 무려 3.5%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중  학교 밖에서 폭력피해를 입은 학생도 2019년 20.7%에서 2020년엔 25%로 4.3%가 증가했다. 학교 내 폭력이 줄었지만 등교일수가 크게 줄었고 대부분 학습이 온라인으로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학교폭력 감소를 유의미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특히 그만큼에 비례한 사이버 폭력 급증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학교폭력이 근절은커녕 온라인이 새로운 집단따돌림과 괴롭힘의 온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학교폭력이 직접적인 폭행이나 금품갈취의 형태에서 벗어나 각종 사회망서비스를 이용한 비난이나 따돌림, 협박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온라인상에 공개된 신상정보를 악용한 모임방 강제 초대에 응하도록 하고선 모욕주고 비난하는 일을 벗어나기 위해 단체방을 나간다 해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초대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부지기수인게 현실이다. 청소년들 스스로가 ‘카독지옥’이라 부를 정도다. 그런가 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트위터에 비난글을 올리면 또래들이 이에 동조하는 형식의 사이버 폭력 역시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변에서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만큼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사이버폭력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친구를 재미로 고통 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더욱 촘촘하고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정신적 폭력은 신체적폭력 보다 더 큰 후유증을 남긴다. 진화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당국의 대처가 지나치게 미온적인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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