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도가 높은 곳으로 국내 유일한 고인돌 박물관이자, 고인돌을 직접 볼 수 있는 탐방지이다. 1코스부터 6코스까지 걸으며 지척에 널린 고인돌을 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 좋은 점은 그 동안 교과서나 사진으로만 봐왔던 막연한 고인돌의 모습을 실제로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과서 밖 역사여행을 할 수 있고, 어른들은 탁 트인 고인돌 유적지를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인돌 유적지는 야외 박물관이라 할 수 있어 코로나19 걱정을 잠시 내려놓기 좋은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창 고인돌 유적 1코스: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
송림이 우거진 나지막한 뒤 동산에 올라 처음으로 마주한 고인돌 유적지 제1코스에는 능선을 따라 탁자식 1기, 바둑판식 12기, 개석식 28기, 지상 석곽식 12기, 총 53기의 고인돌이 있다. 고인돌의 모양도 매우 다양해 고인돌의 형식과 변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북방식 고인돌로 불리는 탁자형 고인돌 형식의 군장(郡長) 고인돌에는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데 강화도에 사는 군장의 아들이 전쟁에 패하고 고창 매산마을로 내려와 그곳의 군장 딸과 사귀게 됐으나, 아버지가 혼인을 허락하지 않자 딸은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딸의 죽음을 슬퍼한 아버지가 북쪽의 탁자식 고인돌을 받침돌로 세우고 남쪽의 바둑판식 고인돌을 엎개돌로 얹어 둘의 사랑을 인정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고창 고인돌 유적 2코스: 재미난 이름의 고인돌이 있는 곳
고창 고인돌 유적지 2코스에는 동서로 약 276m에 걸쳐 41기가 줄지어 있다. 특히 1기의 지상 석곽식과 어우러진 거대한 고인돌은 보는 이에게 경외감을 주는 동시에 고인돌 축조 과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상석이 마당처럼 넓어 별다른 놀이 시설이 없던 시절에 아이들이 뛰어 놀았다는 마당 고인돌, 두꺼비를 닮았다 해 이름 붙여진 두꺼비 고인돌 등 재미난 고인돌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2코스 앞으로 넓게 펼쳐진 황금 들녘은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확 트이게 해주는 데 깊어가는 가을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 갈대,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가을 기분을 흠뻑 느끼기 제격인 곳이다. 이 고인돌은 웅크린 두꺼비가 도약하려는 모습과 비슷하다 해 ‘두꺼비 고인돌’이라 부른다. 평면으로만 보지 않고 고인돌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어느 시점에 바라보면 정말 두꺼비를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002년 태풍 루사에 의해 침식됐던 것을 복원해 재해 고인돌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창 고인돌 유적 3코스: 고인돌과 갈대와 어우러진 곳
제3코스는 고인돌 유적지 중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머무르며 사진을 찍는 곳인데 가을철이면 무성한 갈대와 고인돌이 어우러져 몽한적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바둑판식 37기, 개석식 50기, 기타 41기 등 128기가 밀집해 있어 다양한 고인돌을 볼 수 있다. 접근하기 편한 3코스도 좋지만 시간이 된다면 1코스, 2코스와 6코스를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고인돌의 무덤방의 형태와 특징을 잘 보여주는 지상 석곽식 고인돌은 바둑판식과 달리 무덤방이 지상으로 올라와 덮개돌과 맞닿아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고창 고인돌 유적 4코스: 채석장을 볼 수 있는 곳
3코스가 끝나는 지점의 오솔길을 따라 50미터 정도 오르다 보면 4코스 채석장 입구가 나오는데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무심코 스쳐 지나치는 곳이다. 수많은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상석 등을 채굴하는 채석장이 필요한데 성틀봉 지점 15개소, 중봉 지점 8개소 등 23개소에서 고인돌 채석 흔적이 발견됐다. 고인돌에 사용된 암석은 데사이트질 응회암과 안산 반암이 대부분인데, 채석장에 분포하고 있는 광물 조직과 일치해 이곳에서 채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고인돌 유적 5코스: 고인돌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5코스는 상갑리, 봉덕리와 죽림리에 걸쳐 이어지며, 고인돌 220기로 가장 밀집도가 높은 곳이다. 동서로 줄지어 분포하는 고인돌과 고인돌 사이에 현존하는 무덤이 어우러져 있어 이색적이지만 한결 친근하게 와 닿는다. 또한 걷는 길목에 모과나무, 감나무와 갈대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도 손색이 없다.
▲고창 고인돌 유적 6코스: 교과서에서 봤던 장독대 고인돌이 있는 곳
고창 고인돌 유적지 중 꼭 가봐야 할 곳이 6코스인데 고인돌 박물관 뒤편, 차량으로 3분 정도 거리이다. 고인돌 5기가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 장독대 고인돌로 알려진 고인돌이 있다. 1코스에서 5코스까지 걸으며 수많은 고인돌을 봐 왔지만 고인돌을 처음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회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탁자식 고인돌은 하단부에 얇고 넓은 판석이 사용되고 상석 역시 판석형이 사용되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인데 그 형식과 축조 기술을 이 장독대 고인돌에서 볼 수 있다. 이 고인돌을 멀리서 보았을 때는 아담하다고 생각했는데 고인돌 주위를 한 바퀴 도니 웅장함이 몰려오며 고인돌을 세웠던 청동기인들의 노고가 느껴지게 한다. 고인돌 주변을 한 바퀴 느긋하게 돌면서 그 시대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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