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제방 파손 등으로 발생한 수해 주택에 대한 정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복구 작업은 아직까지 주민들의 생활 복귀를 위한 주택 침수 피해에 집중돼있어 침수된 논밭 등에 대한 복구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특히 섬진강 제방 파손과 관련, 관리주체의 책임과 함께 보상 등에 대한 목소리도 높였다.

15일 오전 찾은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 폭염경보가 내려졌지만 골목골목에서는 마무리 복구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뜨거운 날씨 탓에 숨통을 막을 듯 악취가 풍겼지만, 이전에 골목골목을 꽉 틀어막아 갈 수 없게 만들던 각종 나무나 가구 따위가 널려있던 것에 비하면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이날 지원에 나선 35사단 부대원들이나 서부지방산림청 직원들, 의용소방대원들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에 땀으로 젖어든 흔적이 역력했다. 까만 옷까지 더해지니 오전 9시께부터 작업에 들어왔다는 장병들에게서는 비지땀이 흘렀다.

집집마다 그나마 치워진 방들은 물에 불어버린 벽지며 장판을 다 걷어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전에는 가구가 위치해 있었을 거실에는 간신히 닦아 낸 가족사진이며 식기류, 작은 반상 따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한 주민은 “아직까지 저 골목 안쪽 집들은 물건도 다 못 빼낸 집이 있다”며 “다들 그나마 건질 수 있는 것들을 건지느라 분주한 참”이라고 말했다.

마을 회관 앞에는 침수 피해를 입은 집들에서 나온 못 쓰게 된 물건들은 폭만 거의 30m에 높이는 4m가량에 달하는 높은 쓰레기 더미가 된 채 쌓여있었다. 물에 불어버린 감자가 으깨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한 번 손도 대보지 못한 채 흙탕물과 분뇨 등을 뒤집어 쓴 농작물들이 쓰레기 더미 곳곳에 박혀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덤프트럭과 집게차 등이 분주하게 오가며 물건들을 실어 날랐지만 점심께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도 쓰레기 산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마을은 아직까지 외선 전기 외에는 들어오지 않아 밤만 되면 불 한 점 없이 까맣게 물드는 상태다. 어디까지나 우선 쓸 수 있게 된 것이지 생활을 영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용전 마을에 홍수 위험을 주의하고 대비하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 것은 지난 금요일 오후. 작업을 얼추 해놓고도 잠 못 이루던 주민들은 새벽 5~6시쯤부터 급히 차오르기 시작한 물에 갑작스레 일어나야 했다. 황급히 자동차가 있는 사람들을 깨운 이들은 나이가 있는 노인들부터 부랴부랴 높은 지대로 이송했다. 나머지 주민들이 옮겨진 건 그 다음이다. 다행히 신속한 대처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간신히 몸만 피했을 뿐 이외의 물건들이며 집, 논밭이 잠기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수자원 공사의 방류는 하류 지역 주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 이날 만난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동섭(60)씨는 “그나마 군인분들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농사도 어떻게든 해보려 한다”면서도 “아직 집 정리가 덜 끝나 농사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는데, 그나마 어떻게든 정리들을 하고 있지만 사실 여기서 살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한편 “지원금을 많이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저금리 대출이라도, 집을 수리라도 할 수 있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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